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4년 7월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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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3
누가 뒷바라지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옆에서 가볍게 놀이를 하듯 “그럼 난 ‘옆바라지’를 할까?”라든지 “그럼 난 ‘앞바라지’를 해야지!” 하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벌써 마흔 해쯤 지난 어릴 적 수다 한 자락인데, ‘뒷바라지·앞바라지·옆바라지’라는 말이 재미있었다. 곰곰이 보면, 모든 말은 문득 샘솟는 즐거운 마음이 씨앗이 되어 반짝반짝 태어나는구나 싶다.
앞바라지
티를 내거나 드러내지 않는 조용조용한 몸짓으로 바라지를 하기에 ‘뒷바라지’라 한다. ‘뒷배’란 낱말도 있으니, 남한테 드러나지 않도록 보살피는 길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앞에 나서서 시끌벅적하게 바라지하는 사람도 있으니, ‘앞바라지·앞배’라 할 만하다. 어느 누구를 돕거나 바라지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널리 알리면서 기운이 나도록 할 적에는 ‘앞바라지·앞배’이니, ‘응원단·치어리더’ 같은 사람들이다.
뒷바라지 (뒤 + ㅅ + 바라지) : 뒤에서 가만히·조용히·넌지시 바라지를 하는 일. 뒤에서 가만히·조용히·넌지시 밥과 옷을 대주며 온갖 일을 살펴 주는 일. 둘레에서 알아볼 수 없도록 가만히·조용히·넌지시 밥과 옷을 대주며 온갖 일을 살펴 주는 일.
앞바라지 (앞 + 바라지) : 앞에 나서서 바라지를 하는 일. 앞에 나서서 밥과 옷을 대주며 온갖 일을 살펴 주는 일. 둘레에서 다 알아볼 수 있도록 앞에 나서서 밥과 옷을 대주며 온갖 일을 살펴 주는 일.
오솔바다
좁고 길게 난 길이라 ‘오솔길’이다. 으레 숲에 난 좁으면서 호젓한 길을 가리키는데, 큰고장 골목길도 오솔길로 여길 만하다. 뭍 사이에 난 바닷길이라면 ‘오솔바다’로 가리킬 수 있다. ‘옹송그리다·옹크리다’는 조그맣게 움직이는 결이다. 조그맣게 패인 듯한 곳에서 솟기에 ‘옹달샘’이다. 조그맣게 뭉치듯 가까이 모여서 포근하게 이루는 사이라서 ‘오순도순’이다.
오솔바다 (오솔 + 바다) : 뭍 사이에 좁고 길게 있는 바다. 난바다를 잇는데, 뭍 사이로 좁고 길게 잇는 바다. (= 쪽바다·목·길목 ← 해협)
오솔길 (오솔 + 길) : 한 줄로 다닐 만큼 좁으면서, 조용하거나 아무도 없어 외롭다고 느끼는 길.
길찾기
영어 ‘네비게이션’ 또는 ‘내비게이션’이란 말이 들어오기 앞서 ‘길찾기’라는 우리말을 쓰던 사람이 많다. “길을 찾으려고”라든지 “길 좀 찾으려고”처럼 으레 말했고, 저절로 ‘길찾기’란 낱말이 태어났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찾고 싶기에 ‘길찾기’이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찾으려 하면 ‘삶찾기’요, 사랑을 어떻게 펴거나 이루거나 짓는지 찾으려 하면 ‘사랑찾기’이다. 사람을 찾으니 ‘사람찾기’이다. 일을 찾으니 ‘일찾기’이다. 아직 모르지만 이제부터 알거나 보고 싶기에 ‘찾기’를 한다.
길찾기 (길 + 찾다 + 기) : 1. 다니거나 오가거나 드나들 길을 찾는 일. 어느 길을 가야 하는가 찾는 일. ( ← 내비게이션, 도로 검색, 경로 탐색, 궤도 탐색) 2. 하거나 다룰 일을 찾기. 이제부터 하거나 앞으로 다루려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거나 찾기. 아직 모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려고 여러모로 찾는 일. (← 검색, 탐색, 탐구, 연구, 고민, 모색, 구하다求-, 갈구, 갈급, 갈망, 수색, 수사搜査, 물색物色, 추적, 취재, 대책, 암중모색)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