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7.22.
오늘말. 나풀치마
거드는 사람이 없이 홀로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돕는 일꾼이 없이 혼자가는 이 길을 호젓이 누립니다. 홀길은 혼잣일입니다. 혼일은 스스로 혼일꾼으로 서는 살림입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손길이 곁에 있으면 든든하지요. 홀일을 하면서 이모저모 챙기자면 바쁠 만합니다. 그런데 홑짓기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은 어깨동무를 못 하더군요. 홑살이를 일군 적이 있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이웃한테 손을 내밀면서 부드럽고 상냥하고 알차고 넉넉하게 두레를 이루더군요. 처음에는 누구나 홀로일꾼으로 오늘을 여미고 엮고 여툽니다. 삶지기란 바로 나입니다. 네가 스스로 살림꾼이고, 내가 스스럼없이 살림님입니다. 우리는 서로 삶님이자 삶지기이기에 기쁘게 만나서 알찬이로 어울려요. 알찬꽃입니다. 바람이 싱그러이 부는 날 나풀치마로 환하게 웃습니다. 주름치마도 물결치마도 팔랑치마도 산뜻합니다. 꽃치마는 순이만 입는 옷이 아닙니다. 스스로 꽃으로 피어나려고 꽃치마를 두르고, 스스로 나래를 펴려고 나래옷을 마련합니다. 저마다 하늘빛으로 춤추고 싶기에 하늘빔을 차려요. 이러쿵저러쿵 가르지 말고, 같이 가꾸어 갑니다.
ㅅㄴㄹ
혼자하다·홀로하다·혼자뛰다·혼자가다·혼길·혼잣길·혼꽃·혼타기·혼자타기·홀길·홀로타기·홀꽃·혼잣일·혼일·혼일꾼·혼일지기·홀일·홀일꾼·홀로일·홀로일꾼·홑길·홑살이·홑삶·홑살림·홑꽃·홑일·홑짓기 ← 개인업자
살림꾼·살림님·살림지기·삶님·삶지기·알차다·알짜·알짬·알짜배기·알찬이·알찬빛·알찬꽃·알찬님 ← 리얼충(リア充·リアじゅう)
주름치마·나풀치마·물결치마·팔랑치마·춤옷·춤빔·꽃빔·꽃날빔·꽃치마·날개옷·날개빔·나래옷·나래빔·하늘옷·하늘빔 ← 튀튀(tutu)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