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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는가 하고 물으면, 배우려고 읽는다고 들려준다. 나이가 몇 살인데 뭘 또 배우느냐고 물으면, 이 몸을 입은 동안에는 날마다 배우며 스스로 잎빛과 꽃빛과 숲빛과 바람빛과 바다빛과 흙빛과 샘빛처럼 느끼고 누리며 흐르려고 배운다고 들려준다. 배우는 사람이 어른이요, 가르치는 사람은 어린이라고 느낀다. 어른은 어린이한테서 삶을 배우기에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사랑을 심고 나눈다고 느낀다. 어린이는 어른한테 삶을 가르치기에, 어른이 저마다 사랑을 밝며서 살림을 짓는 길을 지켜보면서 기뻐 웃고 노래하고 놀이하는구나 싶다.

왜 쓰는가 하고 물으면, 기쁘고 고맙게 배우기에 내가 스스로 갈고닦으며 일군 열매를 기꺼이 스스럼없이 글로 옮긴다. 언제까지 쓰겠느냐고 굳이 까칠하게 쓸 까닭이 있느냐고 물으면, 서로 같이 배우자는 뜻으로 쓸 뿐이요, 꺼풀이나 허울을 벗겨서 속내와 민낯을 쓸 뿐이라고 들려준다. 어른이라면 수수하게 쓴다. 어린이라면 스스로 슥슥 쓴다. 어른이라면 치레하지 않고, 어린이라면 감추거나 숨기지 않는다.

우리는 뭘 하는 어떤 삶인 사람으로서 사랑을 바라볼 마음일까? 부산과 진주에서 나흘을 보내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면서 햇볕쬐기를 한다. 이제 졸립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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