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7.14.

오늘말. 키눈


풀숲에 뱀이 있을까 두려운 나머지 작대기로 쿡쿡 쑤시는 분이 많은데, 뱀은 쇠작대로 들쑤시는 손짓에 오히려 뿔이 나게 마련입니다. 사람이 발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숲길을 거닐면 뱀은 미리 알아보고서 웅크리고 기다리거나 스르르 자리를 비킵니다. 사람끼리 서로 어떤 마음인지 알려면 물어볼 노릇이듯, 개구리가 어떤 마음인지 궁금하면 개구리하고 눈을 마주하면서 물을 일입니다. 따져묻지 말고서 상냥하게 말을 건네면 어느새 우리 눈길을 거쳐서 소릿가락이 스며듭니다. 곰곰이 보면, 예부터 나라님은 사람들한테 뭘 여쭈지 않았습니다. 임금은 높은 마루가 아닌, 그저 일하고 살림할 자리인 만큼, 웃머리로서 내려다보아서는 아무것도 못 살펴요. 거들먹거리는 윗벼슬이나 꼭두머리는 그야말로 좀스럽습니다. 앉은뱅이 풀꽃이 하늘님입니다. 수수한 들사람이 하늘꽃이에요. 키눈이란, 키높이나 키눈금이 아닌, 몸높이나 몸덩이가 아닌, 마음그릇이요 마음눈입니다. 큰어른이란 작은이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사랑으로 꿈씨를 나누는 매무새예요. 빨랫줄을 장대로 받쳐서 빨래를 넙니다. 해랑 바람이 나긋나긋 말려 줍니다.


ㅅㄴㄹ


쇠작대·쇠작대기·작대·작대기·막대·막대기·장대·긴대·대·홰·개비 ← 철봉


묻다·물어보다·살피다·살펴보다·알아보다·여쭈다·따지다·따져묻다 ← 문진(問診)


소릿값·소릿길·소릿결·소릿가락·바른소리·바른말 ← 발음기호, 발음부호


꼭두머리·꼭두님·우두머리·웃머리·웃대가리·윗자리·윗줄·윗벼슬·윗칸·윗바치·나라님·님·마루·미르·으뜸이·으뜸님·임금·임·그대·어른·어르신·큰어른·하느님·하늘님·하늘·하늘같다·한꽃·하늘꽃·하늘빛 ← 폐하(陛下)


몸·몸높이·높이·키·키높이·키눈·키눈금 ← 체고(體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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