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에서 볼일을 본 어제 낮, 자전거를 몰고 남구로를 지나고 대림동을 지나고 보라매공원을 스쳐서 영등포에 이릅니다. 영등포역을 웃지르는 고가도로를 탑니다. 영등포역 둘레에 조용히 자리한 지붕 낮은 집이 몇 군데 보입니다. 비바람에 지붕 날아가지 말라며 벽돌로 꾹꾹 눌러놓았네요. 어느덧 여의도를 지나 당산역. 한강시민공원으로 잠깐 접어듭니다. 여섯 달 만에 지나가 봅니다. 그때나 이제나 자전거 타고 시민공원 들어가는 길은 참 알쏭달쏭입니다. 길이 익숙한 사람 아니고는 들어갈 구멍을 찾을 수 없습니다. 길알림판이란 보이지 않으니까요. 가파른 구름다리 계단을 끙끙거리며 자전거를 밀고 올라갑니다. 차라리 들고 올라가는 편이 나을까. 한강다리를 건너고 합정동으로 나옵니다. 자전거가 안쪽 길로 들어가도록 마음써 주는 자동차가 좀처럼 없었으나 그예 한 대가 살살 멈춰 줍니다. 고개 꾸벅. 홍대전철역 앞을 지날 무렵, 뒤에서 자전거를 들이받을 듯 마구 모는 스포츠카 한 대. 버스는 정류장에 반듯하게 대지 않아 뒷차는 하는 수 없이 길에 뻘쭘하게 서고. 차방귀와 자동차에서 내는 뜨거움을 옴팡 뒤집어쓰며 동교동에 닿습니다.

 오랜만에 서울 시내를 자전거로 달렸습니다. 다른 곳에서 달릴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아버지 어머니들은 자기 딸아들이 자전거를 몰고 볼일을 보러 다녀도 앞뒤옆에서 윽박지르거나 괴롭히거나 갑자기 끼어들까요. 당신한테 아버지나 어머니 되는 사람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는 사람이, 또는 살가운 벗님이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골목길에서 불쑥 튀어나와 놀래킬까요.

 동교동 헌책방에서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책을 구경합니다. 제 뒤로 지나가다가 툭 치는 책손이 있습니다. 제가 책을 구경하는 자리에 밀치고 들어오는 책손도 있군요. 마침 그림책을 살피고 있는데, 책방 문을 열자마자 제 옆자리로 밀치고 들어온 분은 아이들 영어 그림책을 고릅니다.

 신촌에 있는 헌책방 한 군데 더 들릅니다. 오늘은 몸이 찌뿌둥해서 책 구경은 이쯤에서 접기로 하고, 다시 자전거를 몰아 신촌닷거리에서 애오개로 내닫습니다. 덩치 큰 버스는 자전거한테 1미터를 내주기보다는 빵빵거림으로 주눅들게 합니다. 노란 학원버스는 어디에서나 신나게 내달립니다. 저 버스에는 틀림없이 아이들이 타고 있을 테지요. 아이들은 뒷날 운전면허증을 따서 차를 몰게 될 때에 어떤 매무새일까요.

 어린이책은 나날이 수없이 쏟아지고 아버지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부지런히 ‘좋은 책’을 많이 사 주십니다. 비록 중학교 들어가는 때부터는 ‘좋은 책’은 뚝 끊어지고 ‘학습지와 참고서’로 바뀌긴 해도. 그나저나 우리 어버이들은 당신 스스로 어린이책을 읽고 삭이고 되뇌인 뒤 아이들 손에 쥐어 주고 있을까요. 어린이책에서 말하는 가르침은 ‘이웃과 자연을 사랑하고, 나보다 가난하거나 힘없는 이를 돕고, 잔꾀 부려 남을 괴롭히지 말며, 오순도순 서로 아끼며 살라’일 텐데. (4340.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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