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6.29.

오늘말. 미어지다


열매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익지 않았으면 해바람비를 깊이 머금을 때까지 지켜봅니다. 속이 찬 열매는 씨앗이 참하지요. 사람도 매한가지이니, 얼핏 어여뻐 보이거나 간드러지더라도 쭉정이 같을 수 있어요. 몸매가 잘빠지기에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나이만 차면 하늘거리지 않습니다. 철이 들면서 넋이 빛날 적에 곱습니다. 서로 돌보고 아끼는 하루를 지을 적에는 누구나 천천히 자랍니다. 서로 등돌리고 미워하는 터전이라면 우글우글 사람물결에 숨이 막히면서 괴로워요. 알차거나 반짝이는 마음이 사라진 채 그저 미어지는 서울 한복판이라면 버거우면서 외롭습니다. 바닷물은 넘실거립니다. 냇물은 남실거립니다. 돌개바람이 불 적에는 뭍이며 마을로 흘러넘치는 듯하지만, 바다가 지나치게 흐르는 일이란 없습니다. 거름으로 삼지 못 하는 똥오줌이 큰고장마다 넘칩니다. 얼마 앞서까지 모든 사람똥도 흙으로 돌아가면서 풀꽃나무를 북돋았지만, 이제는 다 찌꺼기나 쓰레기로 여깁니다. 어디로 가는 길일까요. 무엇을 바라보는 하루일까요. 서로 살리는 길을 놓치고, 함께 가꾸면서 기르는 하루를 잊을 적에는 불수렁으로 넘어갈 텐데요.


ㅅㄴㄹ


무르익다·익다·차다·참하다·나이들다·나이차다·깊다·산드러지다·간드러지다·하늘거리다·잘빠지다·아름답다·아리땁다·어여쁘다 ← 과년(瓜年)


넘다·넘기다·넘겨주다·넘실거리다·넘치다·넘어서다·넘어가다·뛰어넘다·차고 넘치다·흘러넘치다·미어지다·미어터지다·욱시글·우글우글·웃돌다·지나다·지나가다·지나치다 ← 초과, 용량초과


똥·똥오줌·사람똥·찌꺼기·큰것 ← 변(便), 분변(糞便), 대변(大便), 용변, 인분(人糞), 지뢰(地雷)


올리다·끌어올리다·북돋우다·살리다·늘리다·높이다·키우다·기르다 ← 버프(buff)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