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돌과 숲 (2021.6.27.)
― 서울 〈영광서점〉
어릴 적에는 둘레 어른이 들려주는 말은 하나같이 수수께끼입니다. 어진 눈빛이던 어른은 “나이든다고 알지 않아. 철들어야 알지.”처럼 아리송한 말을 보태었는데,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도 하다가,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고도 들려주었습니다. 툭탁거리는 일이 있으면 부드럽게 풀면서 둘 사이는 무럭무럭 큰다고 짚은 셈이요, 여느때에는 “순이하고 돌이가 서로 놀이와 노래로 어우러지는 살림살이를 짓는 동안 언제나 스스럼없이 새롭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사랑으로 깨닫는다”를 넌지시 짚었겠구나 싶어요.
예부터 머스마·사내를 ‘돌이’라고 한 뜻이 있겠지요. 사내는 말로 들려주어도 모르기 일쑤인데, 말을 안 하면 더더욱 모른다지요. 참 ‘돌멩이’ 같은데, 자꾸자꾸 말을 섞으면 ‘구르는 돌’로 바뀌어 동글동글 알아차린달까요. 어느새 모가 사라지면서 동그랗게 ‘동무’를 이루고 ‘두레(둘러보다·두르다)’를 합니다.
가시내·계집을 ‘순이’라고 한 뜻도 있을 테지요. 또 말하고 다시 알려주어도 못 알아차리는 돌멩이 같은 돌이를 너무 타박하지 말고, 더 수수하고 수더분하게 ‘수다’를 들려주라는 뜻이면서, 늘 ‘숲빛’을 펼 만합니다. 돌이는 돌아보는(돌보는) 삶빛을 익히고, 순이는 숲으로 피어나는 살림빛을 가르치는 얼개입니다.
서울로 마실을 와서 〈영광서점〉으로 찾아갑니다. 숭인동과 황학동 둘레에는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끝없이 너울치고 다시 물결칩니다. ‘사람 구경을 하는 사람’ 같은 판인데, 책집을 기웃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붐비는 곳을 겨우 비껴서 책집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너울치는 사람들이 책집 골마루를 가만히 살피면서 책시렁을 누린다면 우리 터전은 환하겠지요. 햇빛을 머금듯 책빛을 머금고, 바람빛을 마시듯 책빛을 품는다면 맑게 눈뜰 만합니다.
돌덩이는 무게로 윽박지르거나 누르면 숲을 망가뜨립니다. 오늘날 숱한 삽질은 마구잡이 ‘돌짓’입니다. 골짜기나 냇물에 자갈이 동글동글 깔리면 물빛이 싱그럽고 온누리를 푸르게 적셔요. 돌은 바보스런 힘이 아닌 어진 삶짓기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숲은 돌을 쓰다듬고 가다듬으면서 살림짓기로 함께 걸어가는 길을 알려주면서 우리별이 파란하늘로 넘실넘실할 만합니다.
다른 둘은 다르기에 다가가면서 닮고 담을 만합니다. 다른 둘은 다르다면서 다투면 담벼락을 쌓고 닫아걸면서 끝내 마음도 숨빛도 닳다가 다쳐요. 다가오면서 다다를 적에 ‘다솜’입니다. 다독이고 달래면서 닿을 적에 ‘다사롭(따사롭)’습니다. 다그치거나 닦달하니 고단해요. 달콤히 속삭이고 달달히 풀면서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박정희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박정희, 문화공보부, 1976.1.15.)
《New Housekeeping Textbook 最新家事敎本 3》(김창준 엮음, 삼창문화출판사·라사라양재학원, 1975.4.5.)
《藤 ラタンクラフト 基礎編》(谷川榮子, 講談社, 1983.3.25.)
《くろだあつこの手縫い仕事》(くろだあつこ, 日本ヴォ-グ社, 2001.12.15.)
《조중사전》(편집부 엮음, 조선외국문도서출판사·중국민족출판사, 1983.2.28./1992.2벌)
《황진이》(홍석중 글, 문학예술출판사, 2002.11.25.)
- 판매대행 대훈서적
《Great Illustrated Classics Heidi》(Johanna Spyri 글·Pabio Marcos Studio 그림, Baronet Books, 1990)
《제트 코스터 작전》(비야네 로이터/류원상 옮김, 아동교육문화연구회, 1989.4.15.)
《처음 만난 그 느낌 그대로》(박흥준, 문학마을, 1993.7.25.첫/1994.5.10.11벌)
《동광꽁트 3 각하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박완서 외, 동광출판사, 1988.8.20.)
《Caring for Dogs》(Andrew Morris, Random House·Gramercy Books, 2000)
《교회사 근세편》(J.W.C.완드/이장식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1.5.20.첫/1967.4.25.2벌)
- “대한예수교장로회 금호교회 주보” 20권 32호(1969.8.10.)
《模範 最新世界年表 四訂新裝版》(편집부 엮음, 三省堂, 1921.10.5.첫/1942.2.4.320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