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의 탄생 그림책봄 29
신유미 지음 / 봄개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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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6.26.

그림책시렁 1447


《김밥의 탄생》

 신유미

 봄개울

 2024.5.5.



  ‘재미’란, ‘작은 맛’입니다. 크거나 대단하지는 않되, 자근자작 자잘자잘 즐기면서 웃을 만한 결입니다. 재미삼아서 먹거나 할 때가 있되, 자꾸 재미만으로 다가선다면, 그만 자잘한 굴레에 갇혀서 헤맵니다. 이를테면, 재미로 배우다가는 큰코 다쳐요. 재미로 밥을 하다가는 밥맛을 잃어요. 재미로 책을 읽다가는 겉훑기로 그쳐요. 《김밥의 탄생》을 척 펴자마자 너무 ‘재미’에 기울었구나 싶더군요. 이미 다 손질하고 마련한 속으로 슥 감싸기만 하는 얼거리를 ‘너그러움(포용·관용)’으로 다루는 얼거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속빛이 빠졌구나 싶습니다. “맛밥이 되려고 태어난 당근 무 시금치 고기떡”일까요? 저마다 어떤 터전에서 어떻게 자라난 끝에 우리 곁으로 왔는지 하나도 없이, 싱싱칸(냉장고)에 척 들어앉은 모습만으로, 그저 “사람한테 먹일 보람” 하나만 있는 얼거리를 보여주고 끝나도 될까요? 집에서 아이하고 어버이가 손수 김밥을 말자면, 한나절을 꼬박 들입니다. 이에 앞서, 김밥속을 얻기까지 논밭에서 한 해 동안 구슬땀을 흘립니다. 무 한 뿌리를 단무지로 바꾸는 데에도 달포 남짓 듭니다. ‘건너뛰’지 말고, 아이어른이 함께 손품을 들이는, “김밥을 말다”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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