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06.10.20. 흑염소



  서울 성북구에 헌책집이 참 많았다. 사람이 많고 배움터도 많으면 책집도 저절로 많다. 앞서 배운 사람이 한창 읽던 책을 기꺼이 내놓고, 새로 배울 사람이 ‘오래면서 새로운 헌책’을 만난다. 〈가람서점〉이 닫고, 〈이오서점〉이 닫고, 〈그린북스〉가 닫고, 〈책의 향기〉가 닫았다. 〈삼선서림〉도 곧 닿을 듯싶다.


  책집이 있던 자리를 찰칵 남길 마음은 없었다. 책집이 있는 자리를 헤아리면서 찾아갔다. 책집만 사라지지 않았다. 책집이 깃든 세모난 집이 통째로 사라졌다. 빈터 옆으로 ‘흑염소’ 글씨만 또렷하고, 옆으로는 103번 서울버스가 멈추려고 한다. 책집이 있던 자리가 텅 비면서 짐차가 여럿 선 모습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마지막으로 찰칵 찍었다.


  서울 성북구 한켠에 있던 헌책집을 ‘빈터만 휑뎅그렁한 모습’으로 떠올릴 책이웃이 있겠지. 웬 ‘흑염소’ 알림판을 찍었느냐고 갸우뚱할 분이 많을 테고, 뭘 보여주려고 찍었는지 모르겠다고 여길 분이 많으리라. 그러나 이 빛그림 하나로 〈책의 향기〉라는 마을책집을 떠올려 본다. 이 마을책집에 드나들며 만나던 책을 헤아려 본다. 그동안 이곳에서 만나서 읽은 책을 그리고, 미처 이곳에서 사들이지 못 한 책을 곱씹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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