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떠드는 입 2024.6.10.달.



“말하는 입”이라면, “마음을 잇는 길”이야. “떠드는 입”이라면, “떠벌이면서 자랑하는 굴레”이지. “말하는 입”이기에 “듣는 귀”가 있어. “떠드는 입”이기에 “귀를 닫”는단다. 곰곰이 보면, “잇는 길”이어야 할 ‘입’이야. 벌리기는 했어도 안 이을 적에는 ‘입’이라고 여길 수 없어. 쏟아내기만 하는데 무엇을 잇겠어? 쏟고 퍼붓는 곳은 둘레를 어지럽히거나 망가뜨리지. 숨을 마시고 내놓듯, 밥을 먹고서 내보내듯, 귀로 받아들이고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있을 적에 “입으로 말을 들려주면서 드나들고 잇”는단다. 그러니까 “듣는 귀”하고 “보는 눈”이 없이 “떠드는 입”이라고 한다면, “숨을 뱉기만 한다”는 뜻인데, “마신 숨”이 없이 무엇을 내놓을까? “떠드는 입 = 죽은 무더기(무덤) = 죽이는 화살·칼”인 셈이야. “말하는 입 = 살아가는 길 = 살리는 빛·노래”인 셈이고. 요즈음은 ‘소리시늉’을 많이 하던데, ‘말하기’는 ‘소리내기’일 수 없어. 마음이 없이 소리만 낼 적에는 ‘말’이 아닌걸. 마음이 없이 줄줄이 적을 적에는 ‘글’이라고 여길 수 없어. “마음을 담은 빛·노래”인 ‘말’을 담아야 ‘글’이야. 그저 ‘글시늉’을 해본들 그저 ‘시늉’이란다. 겉으로만 보이니 ‘시늉’이고 ‘떠든다’고 하겠지. 알맹이가 없이 허울만 커다랗기에 ‘흉내’이고 ‘시끄럽다’고 느끼지. 네가 몸에 ‘입’이 있다면, “잇는 마음길”로 다스리기를 바라. 혼자 떠들지 마. ‘말’을 들려준 만큼 입을 닫고서 귀와 눈을 열 노릇이야. 눈코귀입을 고르게 펼 적에 ‘몸짓’이요, 살림이고,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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