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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할 수 있을 거야 ㅣ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2
이모겐 팍스웰 지음, 아냐 쿠냐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5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6.2.
그림책시렁 1393
《넌 할 수 있을 거야》
이모겐 팍스웰 글
아나 쿠냐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5.30.
두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여태 한 적이 없는 말 가운데 하나는 “넌 할 수 있어.”입니다. 저는 아이들한테 이런 말을 아예 안 합니다. 왜냐하면,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아이한테 들려줄 말이라면 “네가 하려는 마음이라면 기꺼이 신나게 하렴.”일 테니까요. 아이한테뿐 아니라 둘레 어른한테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난 할 수 있어.” 같은 말은 오히려 기운을 꺾습니다. 왜 그럴까요? “난 할 수 있어.” 같은 말은 “난 이길 수 있어.”랑 같은 뜻과 결과 길입니다. “안 지고 이긴다.”는 마음으로 기우는 “넌 할 수 있어.”에 “난 할 수 있어.”이니, 이런 말은 어느 누구도 살리지 않습니다. 《넌 할 수 있을 거야》를 읽으며 어쩐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느꼈고, 옮김말씨도 얄궂었는데, 워낙 “Maybe You Might”로 나왔더군요. 책이름을 뜬금없이 바꾼 셈이군요. “어쩌면 그럴지도”라 말할 적에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가 용쓰고 애쓰고 힘써도 안 될 수 있고, 넘어지거나 지칠 수 있어요. 그런데, 안 되거나 넘어지거나 지쳐도 되어요. 쓴맛을 본들 안 나빠요. 오늘은 뜻을 못 이뤄도, 우리가 스스럼없이 나서고 해보고 품기에 즐겁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억지로 밀어붙이지 맙시다. “할 수 있다”가 아닌 “함께 노래한다”로 갑시다.
ㅅㄴㄹ
#MaybeYouMight (어쩌면 그럴지도)
#ImogenFoxell #AnnaCunha
《넌 할 수 있을 거야》(이모겐 팍스웰·아나 쿠냐/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
그들은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어. 싸울 가치가 없다고
→ 다들 내가 이 별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해. 싸울 뜻이 없다고
→ 내가 온누리를 바꿀 수 없다고 말해. 싸울 값어치가 없다고
3쪽
어쩌면 넌 할 수 있을 거야
→ 어쩌면 넌 할 수 있어
3쪽
내가 태어난 나라엔 푸르른 것이나 자라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
→ 내가 태어난 나라엔 푸른빛이나 자라나는 숨결이 하나도 없었어
4쪽
땅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헐벗었지
→ 땅은 되살릴 수 없을 만큼 헐벗었지
5쪽
나는 씨앗을 발견했어. 그것은 보잘것없었어
→ 나는 씨앗을 보았어. 씨앗은 참 작았어
6쪽
가능성이 너무 적어서
→ 빛싹이 너무 작아서
→ 망울이 너무 작아서
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