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11.

오늘말. 동고리


예전에 시골에서 나고자란 우리 어머니는 ‘동고리’도 알고 ‘버들고리’도 압니다. 어진 살림님인 어머니한테 풀이름을 여쭈면 척척 알려주었고, 풀벌레나 새가 어느 이름인지 짚어 주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새벽마다 세 사람 몫 도시락을 손수 싸셨는데, 어릴 적에 어머니 곁에서 함께 밥고리를 싸려고 하면 “넌 하지 마!” 하면서 끊으셨어요. 가시내가 아니라서 집일을 안 시키려고 하셨다지만, 더 씩씩하게 집일을 함께 맡으면서 어머니 마음도 아버지 눈길도 다독일 수 있었을 텐데 싶더군요. 그래서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손수 나들밥을 싸서 다녔어요. 이 삶에서 스스로 임자로 서고, 아이들도 스스로 길밥을 챙기는 살림지기로 함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아스라이 먼 옛날에는 온집안 누구나 집일을 하고 집살림을 나누었을 테지요. 이러다가 웃머리는 집일에서 손떼면서 가시내한테 도맡기는 얼거리를 얄궂게 세우려 했어요. 서로 돕고 같이 거들면 모든 일은 한결 수월하면서 즐거울 텐데, 이제부터 하나씩 가꿀 수 있겠지요. 너도 나도 두레지기로 서기에 아름다워요. 모든 사람이 으뜸꽃에 살림꽃으로 노래하는 보금자리가 즐거워요.


ㅅㄴㄹ


싸움밥·쌈밥·도시락·동고리·밥고리·밥동고리·길거리밥·길밥·바깥밥·밖밥·나들밥·나들이밥·마실밥 ← 전투식량, 야전식량, 군량미


임자·지기·일지기·일터지기·일터님·끌다·끌고 가다·끌어가다·이끌다·돌보다·돌봐주다·보살피다·두레지기·모둠빛·모둠꽃·모둠지기·지킴이·지킴님·지킴꽃·지킴빛·지킴일꾼·우두머리·웃머리·꼭두머리·꼭두님·꼭두지기·꼭두빛·으뜸꽃·으뜸별·으뜸지기·으뜸빛·살림지기·살림이·살림님·어르신·어른·어른같다·어른답다·어른스럽다 ← 사장(社長)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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