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11.
오늘말. 말꽃님
누구나 어려서부터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누구 눈치도 안 보면서 조잘조잘 떠들 수 있는 터전에서 자라나는 아이라면, 둘레 어른이 얘가 좀 건방지거나 주제넘게 말한다고 나무랄 수는 있되, 아이는 마음껏 꿈꾸고 생각을 키웁니다. 이와 달리 아이가 실컷 떠들고 노래하고 얘기하지 말라고, 버릇없으니 입을 다물거나 닥치라고 닦달을 하면, 그만 아이는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마음이 다쳐요. 일을 그르치는 셈입니다. 나무를 밑동부터 베어서 죽이는 창피한 짓입니다. 아이는 더듬더듬 느릿느릿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거리끼지 않고서 수다꾼에 말꽃님으로 온하루를 밝힐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귀여겨듣되, 섣불리 꾸중하거나 흉을 보는 허방 같은 짓을 멈출 노릇이라고 봅니다. 스스럼없이 뜻을 펴면서 배우는 살림길을 누리는 아이라야, 앞으로 아름답게 크면서 꽃씨를 심는 손길을 펼 테지요. 이렇게 이끌거나 저렇게 끌어가야 하지는 않습니다. 서로 살림지기에 말빛지기로 만나면 넉넉해요. 함께 하늘빛을 품고서 흙내음을 맡으면 너그러워요. 숨을 쉴 틈이 있기에 싱그럽습니다. 눈을 뜨고 싹을 틔울 자리를 살펴봐요.
ㅅㄴㄹ
잘못·버릇없다·건방지다·주제넘다·넘어지다·고꾸라지다·자빠지다·그르치다·그릇되다·빠뜨리다·빠지다·비다·말썽·맞지 않다·사달·어긋나다·부끄럽다·스스럽다·창피하다·탓·터지다·튿어지다·틀리다·삐거덕·삐끗·구멍·틈·빈틈·흉·허물·허방·허튼·헛말·헛발·허술하다·뒤엉키다·뒤뚱·떨어지다·잡치다·저지레·못 받다·못하다·놓치다·넘겨짚다 ← 실수(失手)
길불·길빛·길잡이·길님·길눈이·끌다·끌어가다·이끌다·이끎빛·말글지기·말빛지기·말지기·말님·말꾼·말꽃지기·말꽃님·수다꾼·수다님·알림길·알림이·알림님·알림꾼·알림빛·알림꽃·얘기꾼·이야기꾼 ← 아나운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