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5.8.

숨은책 924


《한국 女俗史》

 김용숙 글

 민음사

 1989.9.30.



  우리 낱말책에 없는 한자말 ‘여속(女俗)’입니다. 이제 이런 말을 쓰는 이는 아주 드뭅니다. 지난자취를 헤아리려면 이런 한자를 안 쓸 수 없다고 여기는 이가 꽤 있었되, 오늘 이곳에서 삶을 지을 뿐 아니라 앞으로 태어나서 자라날 아이들한테 물려줄 살림을 헤아린다면, 중국스럽거나 일본스러운 허울은 모두 털어내고서 우리 삶터를 바라보면서 새길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한국 女俗史》는 여러모로 알뜰살뜰 옛자취를 뒤적여서 캐내고 갈무리한 꾸러미입니다. 이만큼 꾸려내느라 흘린 땀방울은 매우 값집니다. 이렇게 ‘순이자취(여성 역사)’ 꾸러미도 엮어내야 한다고 봅니다만, 늘 한 가지를 잊거나 빠뜨리더군요. 임금·벼슬아치·나리·글바치 아닌 ‘수수한 돌이자취(일반 남성 역사)’도 글에는 거의 안 남거나 아예 안 남았습니다. 여느 순이돌이는 글·옛책으로 찾아내거나 캐내거나 알아낼 수 없습니다. 논밭을 짓고, 살림을 짓고, 보금자리에서 아이를 낳아 돌본, 숱한 수수한 순이돌이 이야기는 ‘누가 한문으로 남긴 글’이 아니라 ‘할매 할배 마음에 새긴 말’로 귀여겨듣고 몸소 온나라를 두루 헤아리면서 다시 갈무리할 일입니다. “우리 순이”하고 “우리 돌이”가 어떻게 살림했는지 알 때에 새길을 열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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