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구름 2024.4.24.물.



하늘을 덮으면서 흐르는 구름은 빗물을 뿌리기도 하지만, 햇볕에 녹아 아지랑이로 스며들기도 해. 바람은 빗방울도 아지랑이도 실어나르지. 물은 가만히 바람을 타고서 어느 곳으로든 찾아가. 구름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바람에는 풀꽃나무·짐승·새·풀벌레·사람이 두루 조금씩 내놓는 물기운을 맞아들여서 퍼뜨려. 그래서 모래만 있는 데에서는 메마르다고 느낄 테고, 나무와 풀이 우거진 데에서는 비구름이 없더라도 향긋하면서 시원하단다. 서울(도시)처럼 북적거리고 쇳덩이에 높은집이 빽빽한 데라면 숨이 막히겠지. 그곳에는 푸른숨도 파란바람도 비구름도 스미거나 퍼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물기운을 조금씩 내놓으면서 나누려고 하는 숨붙이”가 턱없이 적거든. 보렴. ‘서울사람(도시인)’은 제 몸에 있는 물기운을 기껍고 즐겁게 베푸는 몸짓일까? 몸을 친친 감거나 덕지덕지 발라서 막잖니? 게다가 해바람이 흐르는 곳에 나오는 사람이 몹시 적어. 비가 올 적에 빗물을 품을 흙과 풀과 나무와 새와 풀벌레가 없으니까 매캐하지. 빗물을 그리고 사랑하면서, 제 몸에 흐르는 숨기운과 물기운을 늘 새롭게 내쉬는(내놓는) 터전에서라야, 누구나 느긋하고 튼튼하단다. 돌봄터(병원)가 왜 사람을 오히려 괴롭힐까? 왜 돌봄터에서 더 앓거나 아플까? “풀빛이 없는 화학약품·백신” 탓에 사람들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해·바람·비·별·흙·숲’이야말로 사랑으로 가득한 ‘돌봄물(약·치료약)’인데, 어느 돌봄터에서 해바람비와 별흙숲과 바다를 맞이할 수 있니? 없더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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