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문학이라는 2024.4.25.나무.



글을 쓰면서 ‘글’이라고 안 하는 까닭을 헤아릴 수 있을까. 일을 하면서 왜 ‘일’이라 않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까. 종이를 접으니 ‘종이접기’야. 땅을 콕콕 호면서 조금씩 홈을 내듯 파는 연장인 ‘호미’야. 말을 말답게 쓸 줄 안다면, 마음을 오직 마음으로 돌볼 테지. 말부터 꾸미려 한다면, 허물을 씌우고 꺼풀을 덮으면서 꽁꽁 싸매다가 감출 텐데, 이러면 해와 바람이 스밀 틈이 없어. 씌우지도 덮지도 싸매지도 않으니, 감출 일이 없으면서, 갖은 일을 다 치르거나 만난단다. 숱한 일을 겪다 보면, 신나거나 좋은 일도 있겠지만, 서운하거나 싫은 일도 있어. 그런데 좋든 싫든 온갖 일을 맞이하고 보면, 몸과 마음이 천천히 자라. 너는 몸뿐 아니라 마음이 자라고 싶기에, 이곳에서 살아간단다. 때로는 짜증스럽거나 얼토당토않은 일이 있고, 때로는 반갑거나 활짝 웃을 일이 있어. 모든 일은 물이 흐르듯이 지나가고 다가오며 오늘을 이뤄. ‘글’이나 ‘일’이나 ‘종이접기’나 ‘호미’라고 할 적에는, 이 이름하고 맞물리는 일을 그대로 보고 겪고 느낀단다. 그런데, ‘글’이 아닌 ‘문학’이라 하거나, ‘일’이 아닌 ‘작업’이라 하거나, ‘종이접기’가 아닌 ‘예술’이라 하거나, ‘호미’가 아닌 ‘농기구’라 하면, 꺼풀이 생기지. 이 꺼풀은 곧 껍데기를 이루고, 겉치레로 나아가. 겉치레일 적에는 참모습을 못 보거나 등진단다. 말에 꺼풀을 씌워서 껍데기가 늘면, 그야말로 해바람비를 등지거나 잊으면서 ‘노래’도 잃어버려. 고작 말 한 마디이지 않아. 모든 일은 말 한 마디부터야. 마음에 놓는 말 한 마디가 두 마디로 열 마디로 자라. 삶이라는 길을 꿈빛으로 물들이고 싶으면, 말씨부터 심고서 마음을 밭으로 가꾸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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