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1.

오늘말. 토막


글을 쓰려면, 이미 쓴 글을 고치고 다시 고치고 새로 고칩니다. 살림을 하려면, 이미 지은 살림을 깁고 또 깁고 거듭 깁습니다. 오래오래 입는 옷이라면, 틈틈이 기우고 손보게 마련이에요. 기름을 먹을 일이 없이 두 다리로 천천히 밟으면서 굴리는 두바퀴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맞고 튼튼한 두바퀴를 목돈으로 마련하고서 꾸준히 손질한다면, 서른 해뿐 아니라 쉰 해나 일흔 해도 거뜬히 달려요. 두고두고 읊는 노래마디를 돌아봐요. 한달음에 써낸 노랫말도 있을 테지만, 꾸준하게 추스르면서 가다듬는 손길을 받기에 오래오래 사랑할 소리마디예요. 도막 하나를 눈여겨봅니다. 토막 하나를 대수로이 살핍니다. 동강 하나를 알뜰히 다루면서 언제나 이 삶자락에서 두런두런 쓸모를 헤아립니다. 처음부터 걸맞기를 바라지 마요. 처음에는 들어맞지 않을 수 있어요. 조각도 짝도 차근차근 손대는 동안 손길을 타면서 빛납니다. 어울리는 새날에 이르도록 마음을 기울이기에 반짝반짝 나란히 서거든요. 동무한테 띄우는 글월을 쓰고 고쳐씁니다. 스스로 되새길 이야기를 다듬고 쓰다듬습니다. 늘 이렇습니다. 모든 곳에서 같아요. 씨앗 한 톨을 보듯 일머리를 잡습니다.


ㅅㄴㄹ


고치다·고쳐쓰다·깁다·기우다·손대다·손보다·손질하다·추스르다 ← 하자보수(瑕疵補修)


글·글발·글월·노래마디·노랫말·노랫글·소리마디·대목·마디·도막·동강·토막·조각·짝·바닥·자락·톨 ← 소절(小節), 악구(樂句), 프레이즈(phrase)


맞다·걸맞다·들어맞다·알맞다·들다·들어가다·되다·이르다·맞먹다·어울리다·얽히다·이다·있다·잇다·그·그런·그렇다·이·이런·이렇다·같다·똑같다·마찬가지·나란하다·그런 일·그 같은 일·쓸데·쓸모·쓸일 ← 해당(該當), 해당사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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