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24.
오늘말. 못쓰다
삶이라는 길에서 보면, 자잘한 곳이 따로 없습니다. 쓸데없다고 내칠 데란 없습니다. 얼핏 돌덩이로 보지만, 이 돌더미가 쉼터일 때가 있고, 이 돌무지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숨결을 느낍니다. 못쓸 살림이란 없습니다. 안 쓰다가 곱재기로 구를 뿐입니다. 쥐뿔처럼 여기면서 하찮다고 밀칠 수 있어요. 보잘것없다고 여겨서 여태 등돌릴 수 있습니다. 이때마다 문득 멈추어서 마음으로 물어봅니다. 왜 자갈밭을 걸어야 했는지 돌아봅니다. 돌밭에서 처음에는 발바닥이 아플는지 모르나, 어느새 굳은살이 박이면서 어느 길을 거닐든 든든해요. 재잘재잘 노래하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끝없이 말하고 뛰고 놀면서 까르르 웃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생각합니다. 고단하면서 덧없이 지나가는 듯 여길 수 있는 집안일이지만, 내버려둘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니, 날마다 여미고 다스리는 집안일이기에, 늘 집살림으로 거듭나고, 조금씩 손을 쓰면서 손빛이 늘고 눈빛이 늘어요. 시시하거나 심심한 일은 없더군요. 그저 시들하게 여기는 눈길이 있어요. 아이하고 주고받는 말에는, 서로 건네고 띄우는 사랑이 흐릅니다. 이 사랑씨앗을 나누고 찾아가는 하루입니다.
ㅅㄴㄹ
못쓰다·쓰지 못하다·같잖다·꼴같잖다·안 되다·되지 않다·곱·곱재기·꼽·꼽재기·새알곱재기·버리다·내버리다·내다버리다·내버려두다·버림치·보잘것없다·볼것없다·쥐뿔·하찮다·쓸데없다·쓰잘데기없다·쓸모없다·돌덩이·돌덩어리·돌더미·돌무더기·돌무지·자갈·돌밭·돌투성이·자잘하다·크잖다·망가지다·망그러지다·못나다·졸때기·좀스럽다·쪼잔하다·손쓸 길 없다·손도 못 쓰다·시들다·심심하다·알량하다 ← 사용불가
말하다·얘기하다·알리다·묻다·여쭈다·건네다·띄우다·보내다·주고받다·오가다·나누다·찾다·찾아가다·찾아오다 ← 연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