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9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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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4.14.

책으로 삶읽기 891


《배가본드 9》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1.3.25.



《배가본드 9》(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1)을 읽으면 이제 갓 겨룸판으로 뛰어드는 앳된 젊은이 몸짓을 하나하나 펼쳐 보인다. 칼로 사람을 베든 넘어뜨리든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마음이니, 물도 불도 가리지 않는다. 누구보다 날렵하고 힘차게 칼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이니, 언제나 거침없이 뛰어오른다. 앳된 젊은이는 멧숲이 스승이라고 내세우지만, 참말로 멧숲이 스승이라면 칼부림이 아닌 푸근히 안는 품놀림을 보여줄 노릇이다. 숲은 어느 누구한테도 칼을 안 휘두르는걸. 풀도 꽃도 나무도 어느 누구를 괴롭히거나 밟지 않는걸. 아무도 안 죽이는 길잡이한테서 배웠다면서, 정작 모든 이를 거꾸러뜨리려고 칼을 쥔다면, 처음 나선 발걸음부터 일그러졌을 테지. 허수아비 같은 이 놈 저 놈 우르르 쓰러뜨릴 수는 있되, 정작 스스로 어떤 넋인지 모르는 채 날뛰기만 하겠지.


ㅅㄴㄹ


“하늘은 비웃지 않아.” (20쪽)


“헤에? 나무 같은 건 어디든지 있잖아.” “아니. 이곳의 나무들은 모두 수령(樹齡)이 오래된 것뿐이야. 그건 이 지방이 전쟁을 겪지 않았다는 증거지. 마구잡이로 베이지 않았다는 뜻이야.” (29쪽)


“이 양쪽 끝이 뭔가 다르다는 얘긴가? 그래, 알아보겠나?” (117쪽)


“내게 유서 있는 스승 따위는 없소. 산하(山河)를 스승 삼은 야인. 귀신의 자식. 짐승으로 불리기도 했지요. 때문에 이 이상 설명할 말이 없소. 정 알고 싶다면, 검을 들고 나를 시험하는 수밖에 없을 거요.” (169쪽)


“그 실체가 의심스럽군. 이런 산골 구석의 인적 없는 도장에 자기들끼리 틀어박혀서, 거창한 도장에 모여 날마다 토론이라도 하는 건가? ‘내 검은 여기가 근사하다’, ‘아니, 그렇지 않다’하며.” (182쪽)


+


이곳의 나무들은 모두 수령(樹齡)이 오래된 것뿐이야

→ 이곳 나무는 모두 오래되었어

→ 이곳 나무는 모두 오래살았어

29쪽


내게 유서 있는 스승 따위는 없소

→ 내게 뿌리 있는 스승 따위는 없소

169쪽


산하(山河)를 스승 삼은 야인

→ 들숲을 스승 삼은 들사람

→ 숲내들을 스승 삼은 들꽃

169쪽


때문에 이 이상 설명할 말이 없소

→ 그래서 이밖에 할 말이 없소

→ 그러니 더 들려줄 말이 없소

169쪽


그 실체가 의심스럽군

→ 뿌리가 못미덥군

→ 뼈대가 믿을 수 없군

→ 바탕이 궁금하군

182쪽


이런 산골 구석의 인적 없는 도장에 자기들끼리 틀어박혀서

→ 이런 멧골구석 사람 없는 마당에 저희끼리 틀어박혀서

→ 이런 멧골구석 기척 없는 겨룸터에 저희끼리 틀어박혀서

18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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