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잡초 2023.7.24.



나는 내 이름 있어

너는 네 이름 있고

우리는 사랑받아 태어났고

누구나 새빛이란 이름이야


‘아이들’이라지만 다 다르지

‘사람들’이라는데 한 사람이고

‘잡초’가 아닌

들꽃 길꽃 풀꽃 들풀 길풀 풀


푸른별을 푸르게 품어

너나없이 푸근히 풀어

푸릇푸릇 푸지게 풋빛

어깨동무 품앗이 두레


작은 꽃봉오리도 하나

큰 멧봉우리도 하나

함께 하늘빛 받아들여

스스로 피어나고 잔다


ㅅㄴㄹ


사람이 안 심었어도 자라기에 ‘잡초(雜草)’라고 여깁니다. 사람이 심어서 자라기에 ‘남새’나 ‘푸성귀’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안 심어도 자라는 ‘나물’이 있어요. 줄기가 굵고 단단하면서 오래오래 살아가는 푸른빛인 ‘나무’라면, 한해살이를 마치고서 겨울에 시들고서 봄에 새로 돋는 줄기랑 잎이 여린 ‘나물’입니다. 먼 옛날부터 나무도 풀도 사람이 따로 안 심었어요. 나무하고 풀 스스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내놓았습니다. 스스로 퍼졌고, 새랑 풀벌레가 퍼뜨렸으며, 비랑 바람이 실어날랐어요. 돈이 되도록 사고팔 만하느냐는 눈으로 보느라 그만 ‘풀’을 ‘잡초’처럼 ‘자잘한’ 것으로 가르고 맙니다. 사람이 밥살림으로 건사하지 않더라도, 풀은 늘 푸르게 바람을 베풀어요. 사람이 꼭 베어서 쓰지 않더라도, 나무는 언제나 푸르게 숨결을 베풀고요. 푸르기에 ‘풀’이고, 모든 곳을 ‘풀어’ 줄 뿐 아니라, 푸근하게 ‘품’기도 하는 풀입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사랑이요 빛이듯, 다 다른 풀도 다 다른 숨빛입니다. 곁에 있는 풀을 바라보면서 새롭게 이름을 붙여요. 곁풀이고, 길풀이고, 들풀입니다. 골목풀이고, 마을풀이고, 숲풀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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