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쾌재 2023.12.26.불.
네가 기뻐하는 때는 언제일까? 네가 안 기뻐할 때는 언제야? 무엇을 보거나 느낄 적에 기쁘니? 무엇을 보거나 느끼면 안 기쁘니? 노래가 절로 나오면 기쁘겠지. 춤이 저절로 나오면 기쁠 테고. 노래나 춤이 없고, 웃음이나 수다가 터지지 않는 기쁨이 있을까? 그런데 너희는 스스로 꿈을 이룰 때가 아닌, 스스로 심은 미움씨앗이 자랄 적에 웃거나 노래하거나 춤추기도 하더라. 즐겁거나 아름다운 일이 아닌, 괴롭거나 아픈 일에 기뻐한다면, 너희는 어떤 마음일까? 아무래도 살림이나 사랑이 아닌, 죽어가는 마음이겠지. 함께 살아가는 별에서 함께 빛나는 길이 아닌, 서로 미워하고 깎고 갉고 할퀴면서 웃거나 춤춘다면, 몸뚱이는 있어도 넋이 숨진 모습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기쁨’이려면, 다같이 얼크러져서 웃는 잔치란다. 속으로든 밖으로든 “오호라!” 하고 부르는 말소리인 ‘쾌재’란 두 갈래에 서는 몸짓이야. 너는 죽어가고 싶을는지 몰라. 뜻대로 안 풀린다고 여긴다든지, 꿈이 없다고 여기면, 늘 그때부터 죽어간단다. 듯도 꿈도 사랑도, 오래오래 걸려야 이루지 않아. 네가 마음에 고요히 씨앗으로 심는 때부터 이루는 뜻이요 꿈이고 사랑이야. ‘잘되’기를 바란다면, 잘되지 않을 적에 서운하고 싫단다. ‘하려’는 마음으로 늘 느긋이 할 적에는 그저 하면서 노래하고 웃고 춤을 춰. 뭔가 얻거나 이룰 때가 아닌, 씨앗을 심는 자리에서 노래하고 춤출 적에, 기쁨이라는 꽃이 사르르 피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