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직언(직설) 2023.12.24.해.



바람처럼 스스로 가눌 수 있으면 바로 말하렴. 바다처럼 넉넉히 품을 수 있으면 막바로 말하렴. 밭을 짓듯 온사랑을 기울일 수 있으면 곧바로 말하렴. 밝게 받아들이는 반가운 눈빛일 수 있으면, 늘 바로바로 말하렴. 그러나 네가 스스로 바람이 아닌 채 바다를 모르는 채 밭을 잊은 채 밝지 않은 채 섣불리 나설 적에는, 네 입에서 매캐하고 고약한 방귀 같은 말이 흐르겠지. 말이란 서로 보면서 할 노릇이지. 마주보며 마음을 주고받으려고 하기에 ‘말’이거든. 대놓고 한대서 다 말일 수 없어. 마음이 없이 소리만 내면 말이 아닌 화살이고 불똥이야. 마음을 틔우지 않고서 내는 소리란, 너도 남도 나란히 갉는 좀이야. 말을 하고 싶으면 생각하렴. 네가 누구랑 마음을 틔워 이야기를 이루려는지 생각할 적에 씨앗 한 톨이 깨어나는데, 이 씨앗을 소리로 틔우면서 ‘말씨’가 퍼지고, 말씨가 네 입을 거쳐서 둘레에 닿을 적에 ‘말꽃’이 피고, ‘말나무’가 자라서 ‘말숲’이 된단다. 모든 말은 너부터 스스로 마음에 바로바로 심는 씨앗이고, 너를 둘러싼 사람과 숨붙이한테 퍼뜨리는 씨앗이야. 바른말(직언)이란 뭘까? 옳기만 하다면 바른말이 아냐. ‘밝은말’일 노릇이고, ‘바람말’에 ‘바다말’에 ‘밭말’일 노릇이란다. 너는 어떤 마음바탕이 되어 소리를 내니? 네 마음씨를 이루는 말씨가 무엇인지 날마다 되새기렴. 너는 늘 네 마음에 바른말을 하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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