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7.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

 안재인 글·사진, 호미, 2007.4.18.



해날을 잇는다. 작은아이가 손수 빨래한 신은 잘 안 마른다. 해는 나되 빨래가 다 마르지는 않는다. 큰아이는 이제 박새랑 쇠박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다른 줄 가린다. 눈여겨보고 귀담아들을 적에는 문득 번쩍 하듯 마음을 가로지르면서 깨어날 수 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에 ‘낱말 ㄱㄴㄷ’을 붙인다. 퍽 힘이 드는 일이되 곧 마쳐야겠지. 쉬어가며 기운을 내자. 서두르면 놓친다. 얼른 끝내려 하면 어렵다. 바람결을 따르고 빗줄기를 품고 햇살이 퍼지듯 일손을 다스리면 알맞게 매듭을 짓는다.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를 되읽는다. 힘을 빼면서 찰칵 찍는 길은 어렵지 않다. 그저 힘을 빼면 된다. 이 꾸러미에도 힘이 좀 들어갔되, 이만큼이라도 힘을 빼면 빛결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찰칵찰칵 찍는 이들은 하나같이 힘이 잔뜩 들어갔다. 멋있게 안 찍으면 안 된다고 잘못 여기는 이가 수두룩하다. ‘무엇’을 ‘왜’ 찍어서 ‘누구’하고 ‘무슨 마음’을 나누려 하는가는 못 들여다보는구나 싶다. 위에 올라앉아서 내려다보는 마음이랄까. 윗마음도 마음이겠지만, 어깨동무도 살림길도 아니다. 아니온 듯 다녀가기보다는, 살며시 다녀가면 된다. 아닌 척하지 말고, 바람과 해와 비와 별처럼 부드러이 사랑으로 다녀가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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