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17.

오늘말. 저희


처음 ‘사람’이라는 말을 듣던 날을 떠올려 봅니다. “다 같은 사람들”이나 “다 다른 우리”라는 말을 곱씹습니다. 아이가 먼저 말소리를 내지는 않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둘레 어버이하고 어른이 아이를 바라보면서 문득 이름을 붙이고, 가만히 이름길을 열어요. 살내음이 깃든 마음씨를 이름꽃으로 읽고, 살갑게 주고받는 말이 어떤 이름빛으로 퍼지면서 온숨으로 환한지 느낍니다. 즐겁게 어울리니 서로 이름씨입니다. 안 즐겁다면 안 어우러지고, 낯짝부터 안 볼 테지요. 그나저나 왜 그놈이라든지 놈팡이라고 읊으면서 깎으려 할까요? 미움을 품은 말씨는 남에 앞서 저희를 먼저 갉고 좀먹을 뿐인걸요. 녀석을 나무랄 일이 없습니다. 나부터 살림빛을 일구고 삶빛을 깨워서 아름내기로 하루를 열면 되어요. 너도 나도 아름꽃입니다. 우리도 너희도 아름빛입니다. 찰랑찰랑 차오르는 참빛으로 마주합니다. 참하게 가라앉아서 차분하게 반짝이는 바다빛으로 맞아들입니다. 우리 몸은 넋이 깃드는 집입니다. 우리 마음은 넋이 가꾸는 밭입니다. 바람이 가벼이 드나드는 숨길을 헤아리면서, 별빛이 흘러드는 숨결을 생각합니다. 모든 곳이 곰곰이 곱습니다.


ㅅㄴㄹ


사람·사람들·우리·저희·살갑다·살내음·곁·살림빛·삶빛·삶·살다·숨·숨결·숨꽃·숨빛·숨통·숨붙이·숨길·마음·마음결·마음새·마음밭·마음보·마음빛·마음씨·넋·얼·모습·결·빛·됨됨이·이름·이름값·이름길·이름꽃·이름빛·이름씨·이름줄·아름꽃·아름빛·몸·몸값·몸뚱이·몸으로·몸짓·몸새·온길·온꽃·온넋·온숨·온빛·참·참꽃·참것·참길·참빛·얼굴·얼굴빛·낯·낯짝·낯바닥·어우러지다·어울리다·얼크러지다·놈·이놈·저놈·그놈·놈팡이·녀석·-내기·-짜리·이·치 ← 인적(人的, 인간(人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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