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17.

오늘말. 와락


마음을 닫으면 이웃이 아닙니다. 담벼락을 허물고서 새꽃이 피어날 틈을 가꿀 적에 이웃입니다. 깨거나 때리기만 한다면 동무가 아닙니다. 누구를 쳐부수어야 할 일이 없습니다. 흙돌나무를 보듬어 새걸음으로 나아갈 만하고, 빈손으로 새로지으며 느긋합니다. 하나하나 따지니 깐깐할 테고, 모조리 짚으니 까다롭다지요. 너무 어렵게 구는 듯싶지만, 제대로 배워서 살림으로 익히려면, 좀 골아프더라도 두루 받아들일 노릇입니다. 하지 않으면서 하는 체한다면 살림하고 멀어요. 조금 할 줄 안대서 우쭐거리거나 으쓱거려도 살림이 아니지요. 이웃은 서로 콧대를 안 높여요. 동무는 서로 자랑을 안 해요. 나누면서 새롭게 깨어나는 이웃입니다. 베풀면서 와락 껴안을 줄 아는 동무입니다. 바람은 얼핏 확확 부는 듯하지만, 풀잎도 나뭇잎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파란숨을 나누어 받아요. 빗줄기가 훅훅 듣는 듯한데, 꽃송이도 논밭도 맑은물을 넉넉히 맞이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가다듬으면서 짓는 손멋입니다. 어제 두런두런 조촐하게 꾸리면서 편 손길입니다. 겉멋이라면 내려놓아요. 꾸미기만 해서는 살아나지 않아요. 글물이 아닌 글씨 한 자락으로 다듬습니다.


ㅅㄴㄹ


깨다·때리다·무너뜨리다·부수다·허물다·치다·쳐부수다·틀깨기·허물씻이·허물벗기·새·새롭다·새롬빛·새노래·새길·새꽃·새걸음·새그림·새로열다·새로가다·새로서다·새로짓다·새로찾다·새로하다·와락·와르르·우르르·확·훅·휙·휭 ← 전위예술(前衛藝術), 전위적(前衛的)


까다롭다·깐깐하다·어렵다·힘겹다·골아프다·골머리 앓다·골치 아프다·글물·먹물·글뭉치·글조각·배운이·우쭐거리다·으쓱거리다·콧대·콧대높다·자랑·잘난체·잘난척·체하다·척하다·티내다·겉·겉멋·겉치레·겉낯·겉짓·겉으로·멋·멋부리다·꾸미다·치레하다 ← 현학(衒學), 현학적(衒學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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