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4.3.16.

숲집놀이터 288. 버스삯



1982년에 인천에서 어린배움터에 들어가는데, 집하고 배움터 사이가 어린이한테 꽤 멀었다. 어른으로서도 짧은 길은 아니다. 더구나 집하고 배움터 사이에 빠른길(경인고속도로) 들머리에 뱃나루(무역항)가 있어 어마어마한 짐차가 늘 내달렸다. 또한 매캐하고 고약한 김(배기가스)을 내뿜는 뚝딱터가 가깝고, 이 옆으로는 색시집(옐로우하우스)이 있으며, 요 옆으로는 연탄공장하고 삼화고속 버스터가 있고, 이 곁으로는 기찻길(수인선)이 가로지르기에, 그야말로 어린이가 걸어서 오가기에는 사나웠다. 아, 군부대까지 한 곳 있었네. 어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어쩜 이런 길에 아이가 다니라고 하니?” 하면서 “제발 버스 타고 다녀라.” 하면서 120(60원 + 60원)원을 꼬박꼬박 주셨다. 나는 사납길을 늘 걸었다. 어머니는 내가 사납길을 걸어다니는 줄 알면서도 여섯 해 내내 길삯을 주셨고, 난 이 길삯을 모아서 만화책과 나래꽃(우표)을 샀다. 벌써 열 해쯤 앞서부터 전남 고흥은 어린이 길삯이 50원이다. 순천은 2018년부터 100원이다. 곰곰이 보면 버스도 전철도 누구나 그냥 타라고 할 만하다. 시골 할매할배는 아흔 살이어도 길삯을 온돈으로 치르는데, ‘버스회사에 지원금을 주지 말고, 그냥 모든 버스일꾼·택시일꾼·기차일꾼을 나라일꾼(공무원)으로 삼는’ 길이 나라돈을 훨씬 아끼리라. 눈먼 보탬돈(보조금)을 챙기는 이들이 너무 많다. ‘전기차 보탬돈’을 주어야 할 까닭이 없다. 어린이와 어른을 나란히 헤아리는 나라라면, 어떤 길을 걸어야 할는지 아주 또렷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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