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주판 2024.1.23.불.



구슬을 톡톡 놓으며 셈을 알고 익힐 수 있어. 또르르 구르는 구슬은 맑게 소리를 내고 부드럽게 구르지. 구슬을 착착 옮기며 셈을 읽고 나눌 수 있어. 또랑또랑 구르는 구슬이란 가벼우면서 밝게 눈길을 알리고 차근차근 일어나. 사람들은 이슬을 보면서 구슬을 빚었어. 사람들은 빗방울을 맞이하면서 방울과 구슬을 여미었어. 사람들은 윤슬이라는 물빛에 마음이 녹으면서 구슬처럼 슬기롭게 살아가는 길을 깨달았어. 하나둘 세는 사이에 하나씩 알아가지. 하나하나 헤아리는 동안 조금씩 눈길을 틔워. 오로지 ‘값’만 따지려 하면 갇혀버린단다. 그저 ‘돈’만 보려 하면 돌아버리고 말아. 가만히 가벼이 날아가는 길에 설 수 있고, 별처럼 빙그르르 돌면서 온누리를 돌아볼 수 있어. 너희가 하는 일은 언제나 같지만, 늘 두 갈래야. 마음을 두는 자리에 따라서 “빛나는 길”로도 가고 “빚지는 길들임(굴레)”로도 간단다. 구슬셈(주판)을 어떻게 다루려는지 천천히 짚으렴. ‘길’은 길이되, 새길일 수 있고 길들이기일 수 있거든. 지름길이거나 오솔길이거나 샛길이거나 대수롭지 않아. 굴레를 씌우거나 뒤집어쓰는 길들임으로 스스로 가두면, 캄캄굴에 사로잡혀. 기운을 차리고 생각을 기르려 할 적에는 “길고 짧은 크기·너비”가 없이 ‘깊이’를 품는 살림으로 나아간단다. 나무를 천천히 깎고 다듬어서 ‘개비’에 쏙 꽂아서 여민 구슬셈을 다시금 매만져 보렴. 구슬은 구름이기도 하고 물결이기도 하고 빛다발이기도 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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