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9.

오늘말. 우듬지


멧길을 타고 꼭대기에 오를 적에 으레 맨발이나 고무신 차림으로 다닙니다. 서울 한복판 잿길이 아닌데 굳이 딱딱한 신을 꿰어 멧자락 흙바닥이나 풀꽃을 밟고 싶지 않거든요. 맨발로 들길이며 숲길을 거닐 적에 발바닥에 흙이 들러붙을 수 있어요. 그러나 그다지 엉겨붙지 않아요. 걸으면 알지요. 발에 닿는 흙이 상큼하고, 우리 둘레에 누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마음으로 느낄 만해요. 먼저 곰살갑게 맨몸으로 동무하려고 나서면, 들숲바다는 늘 우리하고 하나되고픈 노래를 들려줍니다. 맨손으로 바다한테 다가가요. 온몸으로 바람한테 다가서요. 우듬지까지 척척 나무를 타요. 밧줄이나 사다리가 없어도 오를 만합니다. 스스럼없이 마주하기에 가깝게 눈을 틔웁니다. 이물없이 맞이하니 곁에서 반갑습니다. 허물없이 만나니 서로 붙어서 사근사근 속삭입니다. 하늘바라기를 할 수 있는 하늘채란, 말 그대로 하늘바라기집입니다. 햇빛도 하늘빛도 듬뿍 안는 보금자리에서는 빗소리를 훨씬 즐거이 누려요. 함께 한덩이로 어우르는 삶길은 새롭게 살림빛을 밝히는 하루라고 느낍니다. 멧새랑 개구리하고 너나들이를 합니다. 구름이랑 별하고 벗합니다.


ㅅㄴㄹ


붙다·달라붙다·들러붙다·엉겨붙다·닿다·둘레·언저리·가깝다·옆·곁·곁자리·-맡·하나되다·하나로·한덩이·한마음·한몸·살갑다·곰살갑다·벗하다·너나들이·동무하다·들여다보다·지켜보다·살펴보다·엿보다·자라다·착·찰거머리·찰싹·척·스스럼없다·이물없다·허물없다·다가가다·다가서다·다가오다·낱낱이·샅샅이·깊이·파헤치다 ← 밀착, 밀착취재


꼭대기·꼭두·우듬지·지붕·하늘칸·하늘마당·하늘집·하늘채·하늘바라기·하늘바라기집·하늘빛·하늘빛살 ← 옥탑(屋塔), 옥탑방, 옥탑집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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