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8.

오늘말. 처지다


이미 무너졌으면 손쓸 길이 없습니다. 벌써 떠내려갔지만 주저앉기보다는 다시 일어섭니다. 가라앉은 마음을 추스릅니다. 기운이 풀리고 다리가 떨리지만, 흐물거릴 수만은 없어요. 흔들릴수록 기운을 차리고, 힘을 잃을 만하구나 싶기에 다부지게 섭니다. 어느 하루는 훅 처집니다. 나뒹구는구나 싶고, 벼랑에 몰린 셈입니다. 사위는 불꽃을 물끄러미 보면서 생각합니다. 바닥까지 우르르 쓸리니까 더 깊이 들어가고, 밑부터 다시 쌓을 수 있어요. 꼼짝없이 내려앉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빚잔치는 머잖아 빛잔치로 피어나게 마련이고, 휘청이는 다리는 천천히 일으키면 됩니다. 스물스물 끌려가는 늪일 수 있어요. 기우뚱하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고비를 못 넘고 사그라든다든지, 털썩 자빠질 만하지요. 어디로 가야 할는지 몰라 헤매고, 또 헷갈리기까지 하는데, 바다밑에서 헤엄치는 숱한 이웃을 떠올려 봅니다. 땅바닥에서 잎을 내놓으며 새봄을 그리는 풀꽃을 헤아립니다. 겨우내 수그러들기에 땅심을 북돋았어요. 톡톡 떨어지는 빗물이 온누리를 싱그럽게 살립니다. 낮은 곳에 있으니 하늘을 바라봅니다. 새삼스레 첫걸음을 떼면서 바람을 쐽니다.


ㅅㄴㄹ


가라앉다·갈앉다·가파르다·강파르다·고비·구렁·수렁·진구렁·진창·늪·기운없다·기운꺾다·기운잃다·기운빠지다·기운풀리다·힘없다·힘잃다·힘겹다·힘빠지다·기울다·기우뚱·깎아지르다·꺾이다·뒤뚱·나뒹굴다·뒹굴다·낮다·헤매다·헷갈리다·내려가다·내려앉다·내려오다·떠내려가다·떨어지다·떨구다·떨어뜨리다·한물가다·무너지다·밑지다·벼랑·벼랑끝·빚·빚잔치·빚지다·처지다·축·사그라들다·수그러들다·사위다·어렵다·손쓸 길 없다·어쩔 길 없다·꼼짝없다·꼼짝 못하다·와르르·우르르·폭삭·잠기다·주저앉다·털썩·털푸덕·휘청·후달·후덜덜·흐물거리다·흔들리다 ← 저하(低下), 의욕저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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