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4.
오늘말. 일곱빛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볼 적에 일곱빛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지개는 일곱빛으로만 이루지 않아요. 고루고루 보노라면 흰빛이 곳곳에 있고, 테두리로도 감쌉니다. 뭇빛을 아우르는 흰빛이 흐르니, 곰곰이 짚자면 여덟빛이라 해야 어울릴 수 있습니다. 더 따지면 어느 곳에나 고요히 감는 검정(감장)이 서리게 마련이라, 아홉빛일 만해요. 또한 물빛처럼 속을 환하게 비추거나 담는 맑빛(맑은빛)이 있으니, 열빛이라 해도 될 테지요. 이래저래 보면 모든 숨빛은 온빛이자 너른빛이자 푸른빛입니다. 푸르게 우거진 숲도 푸른빛이요, 우리 목숨도 풀꽃빛입니다. 낭떠러지에 치닫는 듯한 고단한 하루도, 고빗사위를 넘어선 후련한 하루도, 길을 잃고 떠내려가는 하루도, 헷갈리고 헝클어지면서 휩쓸리는 하루도, 저마다 알록달록 곱게 반짝이는 하루빛입니다. 지쳐서 쓰러질 적에도 살림빛이에요. 곯아떨어지지요. 꿈나라를 헤매요. 마치 벼랑 같지만, 아니 벼락을 맞고서 자빠졌지만, 푹 쉬고서 새삼스레 일어나서 하늘꽃을 헤아리는 길을 나섭니다. 재주꾼은 아니고 솜씨꾼도 아니지만, 훌륭히 하지는 못 하지만, 아직 눈부시지 않지만, 하나씩 다독입니다.
ㅅㄴㄹ
헤매다·헝클다·헷갈리다·휩쓸리다·휩싸이다·길잃다·길을 잃다·잃다·떠내려가다·벼락·벼랑·고비·고빗길·고빗사위·고비앓이·낭떠러지·벼랑·벼랑끝·벼랑길 ← 조난
고루빛·고루숲·두루빛·두루숲·너른빛·너른숲·뭇목숨·뭇숨결·뭇빛·온빛·온숲·푸른빛·푸른숲 ← 생물다양성, 종다양성, 다양성
무지개새·알록새·온빛·온빛새·무지개·일곱빛·일곱빛깔·반짝이다·빛나다·눈부시다·아름답다·곱다·알록달록·잘하다·솜씨꾼·재주꾼·좋다·훌륭하다·하늘꽃·한꽃·고운꽃 ← 팔색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