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반양장) 레닌 전집 63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지음, 이정인 옮김 / 아고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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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3.1.

인문책시렁 348


《레닌선집 1 제국주의, 자본주의 발전의 최고 단계》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박세영 옮김

 과학과사상

 1988.6.15.



  《제국주의》(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박세영 옮김, 과학과사상, 1988)를 읽는 내내 어느 때 이야기를 짚는가 하고 가만히 돌아봅니다. 1800해무렵 한복판을 헤아리면서 1900해무렵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줄거리를 느끼고, 2000해무렵을 지나가는 오늘날은 어떤 푸른별인지 헤아려 봅니다.


  우리는 이제 일본한테 억눌린 틀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중국을 우러르거나 받들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한자말’하고 ‘일본말씨’를 곳곳에서 너무 많이 씁니다. 더구나 아직 우리는 ‘중국한자말’을 털어내지 않았고, 한자를 드러내어 써야 글답다고 여기는 ‘시인·소설가’가 꽤 많습니다.


  흔히 1910년부터 일본수렁으로 여기지만, 막상 일본은 1890해무렵부터 이 땅을 억누르고 집어삼켰습니다. 옆나라 총칼꾼은 얼추 쉰∼예순 해에 걸쳐서 이 나라 들숲바다를 파헤치고 망가뜨리면서 싹싹 긁고 훑었습니다. 조선 오백 해는 중국말과 한자로 벼슬자리를 얻었다면, 일본수렁 쉰∼예순 해에는 일본말로 벼슬자리에 돈에 이름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1945년 8월을 맞이할 적에 기쁨보다 슬픔이 북받친 한겨레가 뜻밖에 무척 많지 않을까요? 여태까지 누리던 힘·돈·이름이 하루아침에 날아갈까 두려워서 벌벌 떤 무리가 어마어마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들 일본바라기는 서둘러 뜻을 모았고, 이 나라 첫 나라지기를 이승만으로 올렸습니다. 이승만을 앞잡이로 삼아서 모든 일본바라기는 입을 싹 씻었고, 싸울아비(군대·경찰)를 틀어쥐었고, 제주와 마산과 대구와 골골샅샅에서 죽임질(양민학살)을 일삼으면서 또아리를 단단히 틀었습니다.


  레닌이라는 사람이 아스라이 먼 옛날에 쓴 《제국주의》는 러시아한테만 들어맞을 이야기이지 않습니다. 우리도 똑같이 ‘굴레·망나니·빗장·막질’인 ‘제국주의’에 시달렸습니다. 조선 오백 해 웃사내 임금무리와 벼슬아치가 굴레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일본수렁 쉰∼해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잇는 새삼스레 긴 총칼나라도 망나니일밖에 없어요.


  우리는 아직 어울꽃으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어울꽃이란, 참다운 ‘민주·평화·통일’이란, 총칼로 찍어누르거나 함부로 삿대질을 하며 갈라치기를 하는, 이런 모든 얼뜬 짓을 녹여내는 사랑이 바탕입니다. 어깨동무를 하지 못 하는 나라일 적에는 누가 힘·이름·돈을 거머쥐더라도 빗장입니다. 이쪽이 나라지기를 하건 저쪽이 나라지기를 하건, 우리는 둘 다 막질이라는 굴레에서 허덕이는 판입니다.


  저놈들이 우리를 허수아비로 세우기만 하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 스스로 허수아비가 되기로 했습니다. 저놈들이 윽박질러서 우리가 허수아비로 섰을까요? 우리가 참사람이라면 이놈이 밟건 저놈이 때리건, 우리 스스로 참사람으로 설 뿐입니다.


  이를테면, 이제 한글판은 안 나오지만, 《토리빵》이라는 그림꽃이 있습니다. 이 그림꽃은 새바라기로 조용살이를 하는 어느 아가씨 살림살이를 들려줍니다. 새 곁에서 조용히 하루를 누리고, 새를 바라보다가 ‘새가 깃드는 들숲바다’를 문득 온몸으로 맞아들여서 노래 몇 자락을 저절로 읊습니다. 조촐한 그림꽃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들려주는 소리가 늘 ‘노래’인 줄 알아차릴 줄 아는 마음으로 둘레를 바라볼 때라야, 모든 굴레와 수렁과 쳇바퀴를 털어내게 마련입니다. 목소리만으로는 빗장을 못 풉니다. 서울나라를 허물어 서울숲으로 갈아엎을 일이요, 우리 스스로 조용히 작은고을과 시골로 삶터를 옮기면서 느긋이 혼살림을 이룰 줄 아는 보금자리를 사랑할 때라야 허수아비질을 안 할 만합니다.


ㅅㄴㄹ


전체 기업체 수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기업들이 전체 증기력과 전력의 3/4에 해당하는 양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26쪽)


카르텔은 경제생활의 기초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31쪽)


30년 전만 해도 서로간 자유롭게 경쟁하고 있었던 경영인은 자신의 업무와 연관된 작업의 90% 정도를 직접 손으로 했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정신노동의 90%는 고용인을 부려서 하고 있다. (54쪽)


급속도로 거대한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주변지역에 대한 토지투기는, 금융자본이 특히 높은 수익율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이다. (75쪽)


가능한 가장 간단한 말로 제국주의를 규정하라고 하면 제국주의란 자본주의의 독점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 제국주의란 독점과 금융자본의 지배가 성립된 단계까지 발전한 자본주의다. 그 속에서는 자본의 수출이 특히 중요해졌으며, 국제적인 트러스트들 간에 세계분할이 이미 시작되었고, 거대한 자본주의 열강들 간에 세계의 영토분할이 완결된 것이다. (116, 117쪽)


20세기 초에 제국주의는 소수의 국가들 수중에 세계를 분할하는 작업을 완성했으며, 그들 국가들은 오늘날 전세계를, 1858년 영국이 착취했던 것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착취하고 있다. (139쪽)


부르조아 학자들이나 기고가들은 대개의 경우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는 베일에 가려진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그들은 제국주의의 완전한 지배상태와 제국주의의 저변을 흐르는 뿌리를 모호하게 애써 감추려 하고, 이차적이고 특수한 일부분들만을 전면에 내세워 과장하려 하며, 트러스트나 은행에 대한 경찰 감독을 하자는 식의 아주 우스꽝스러운 ‘개혁’ 계획을 통해서 제국주의의 본질에 대한 주의집중을 분산시키는 데 정열을 쏟고 있다. (1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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