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모은 마음 2022.11.8.불.



구름이 보기에 고개나 멧등성이는 하나도 안 높아. 높다랗게 솟은 땅이라서 구름이 걸릴까? 아니란다. 너희 마음이 구름을 당기거나 밀어서 비를 누리거나 가뭄을 누리지. 너는 햇빛을 누리려는 마음이니? 너는 별빛을 반기려는 마음이니? 너희는 ‘망원경’, 이 가운데 ‘천체망원경’이 있어야 별을 본다고 여기더구나. 그렇지만 이런 것은 겉(허울·껍데기)만 볼 뿐이야. 너희 사람이 ‘단백질덩이’니? 너희 사람은 ‘물질(몸뚱이)’이니? 아니지 않아? 모든 새·지렁이·나비·벌레는 다 달라. 너희는 모든 다른 새한테 다르게 이름을 붙이니? 모든 다른 풀꽃나무한테 저마다 새롭게 이름을 붙일 수 있어? 똑같은 보람(효과·결과)은 없어. 너희가 모으는 마음에 맞추어 늘 새롭거나 다르단다. 걱정하는 마음을 모으니 시커먼 일이 잇달아. 미워하는 마음을 모으니 치고받고 피흘려. 속이는 마음을 모으니 거짓말에 눈가림이 물결쳐. 부러운 마음을 모으니 스스로 짓고 가꾸는 삶이 사라져. 싫어하는 마음을 모으니 온통 잿더미로 바꾸네. 너는 자꾸 이런 마음을 모으겠니? 꿈을 그리며 고치에서 잠든 끝에 날개를 눈부시게 달고 거듭나는 나비를 바라보고, 너도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마음을 모으겠니?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는 마음을 모으니 서로 등지고 따돌리고 놀리고 괴롭힌단다. 오롯이 사랑이라는 마음을 모으니 푸르게 피어나고 곱게 샘솟는 이야기꽃을 누린단다. 오늘부터 모으면 돼. 이제부터 모으면 넉넉해. 앞으로 모으면서 저 별님한테 나누어 주고, 이 들풀한테 나누어 주고, 네 몫으로 하나를 누리면 즐겁지. 한 걸음씩 모으면서 모든 걸음자리마다 노래씨를 심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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