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2.28.

오늘말. 꽃눈물


신나게 뛰고 달릴 수 있는 들판이 마을에 있으면 홀가분합니다. 마음껏 못 뛰고 실컷 달리지 못 한다면, 이런 곳은 호젓하기 어렵습니다. 빈터가 있기에 나무가 자라고 들꽃이 피어납니다. 틈이 있어서 즐겁게 놀고, 틈을 내기에 살며시 숨을 돌리고서 새롭게 일을 합니다. 빽빽하게 채우니 숨이 막혀요. 서울이란 온통 채워서 숨조차 쉬기 어려우니 으레 지치고 자꾸 고달플 만합니다. 이런 데에서는 혼자서 조용히 머물고 싶어요. 누구도 끼어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집에서 혼콕을 하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갑갑한 곳이라 하더라도 마음을 녹이는 사랑을 만날 적에는 어느새 홀살림을 두살림으로 바꿉니다. 이제껏 혼살이였으면 이제부터 함살이입니다. 함께 한껏 누리고 싶은 길을 그리다가 때때로 꽃눈물에 젖을 수 있어요. 문득 걱정스럽고 얼핏 근심스럽거든요. 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까지 꽃앓이를 합니다. 비바람을 견디고 겨울을 나고 뿌리를 뻗고 줄기를 올리고 잎을 틔운 끝에 드디어 끝자락에 맺는 꽃이에요. 꽃슬픔이 가시도록 기다립니다. 어느 날 새삼스레 가볍게 털어냈다면 한바탕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요. 오늘부터 꽃길을 맛보려고 합니다.


ㅅㄴㄹ


마음껏·실컷·듬뿍·잔뜩·흠뻑·한껏·함박껏·한바탕·좋다·맛보다·보다·먹다·배부르다·걸쭉하다·신나다·신바람·누리다·즐기다·즐겁다·놀다·놀이·노닐다 ← 만끽


혼자·홀로·혼잣몸·홀몸·혼몸·홑몸·혼·홀·홀로·홑·혼살림·혼살이·혼삶·혼자살다·혼자살림·혼자가 좋다·혼자있기·혼콕·홀살림·홀살이·홀로살다·홀로살림·홀로있기·홀콕·혼자리·홀자리·홑자리·호젓하다·홀가분하다 ← 독신, 독신생활, 독신녀, 독신남


꽃눈물·꽃슬픔·꽃앓이 ← 메리지블루(marriage blue), 혼전우울증(婚前憂鬱症), 결혼전증후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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