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2.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6 건국전쟁



  일본수렁이 기나길던 무렵 모든 사람이 허덕이거나 괴롭거나 굶지 않았습니다. 일본수렁인 탓에 오히려 떵떵거리거나 돈·이름·힘을 움켜쥔 무리가 무척 많습니다. 웃사내질로 가득하고 위아래틀로 서슬퍼런 조선 오백 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억눌리지 않았습니다. 임금뿐 아니라 벼슬아치나 나리 한 마디에도 숱한 순이돌이는 모가지가 날아가고 온집안이 박살났지만, 그때에도 잘 먹고 잘 사는 무리가 많았습니다. 〈건국전쟁〉 같은 보임꽃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망가뜨리고 뒷짓에 막짓을 서슴지 않던 이승만이라고 하더라도, 이이가 나라지기란 이름으로 우쭐거리던 무렵조차 배불리 살던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기나긴 일본수렁에 시달렸지만, 사람들은 일본앞잡이를 몽땅 쳐죽이지 않았어요. 그렇게 들볶였어도 너그러이 봐주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앞잡이는 이승만을 앞세워 그들 허물을 감추려 했고, ‘공산주의 박살내기·갈라치기’를 외치면서 뜬금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서로 미워하고 죽이는 수렁을 다시 팠습니다. 이승만은 ‘자유·민주를 공산주의한테서 지킨 우두머리’가 아니라, 거꾸로 ‘자유·민주를 더 박살내고 짓뭉갠 앞잡이’요, 이러면서 온나라를 갈라치기로 물들인 막놈일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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