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8.
《치하야후루 50》
스에츠구 유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3.10.25.
저물어 가는 볕날이다. 작은아이가 뒤꼍에서 땅을 파고 나무 북돋우기를 하다가 후투티를 만났다. 큰아이는 어제 동박새떼를 보았다지. 새는 늘 나무를 찾아서 날아다니고 내려앉으면서 삶을 누린다. 우리 하루는 누구를 이웃으로 두는 살림인지 되새긴다. 새밥그릇을 놓는 분이 조금씩 늘지 싶은데, 새는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시골도 서울도 나무를 늘리고, 나무가 자랄 터를 비우고, 사람 발길이 안 닿는 곳을 마련할 노릇이다. 푸른터(그린벨트)는 아예 건드리지 말고, 숲터를 꾸준히 늘리면서 잿집과 부릉길을 줄여야 아이들이 즐겁게 자랄 수 있다. 《치하야후루 50》을 읽었다. 너무 질질 끄는구나 싶어서 사이를 건너뛰었다. 이렇게 맺을 줄거리였을 텐데 잔가지가 넘쳤다. 마음을 담고, 나누고, 펴고, 가꾸면서 자라나는 푸름이 발걸음을 짚으면 될 텐데, 자꾸 무슨무슨 겨룸터를 끼워넣으려고 하니 늘어지고 만다. 겨룸마당에서 으뜸자리를 거머쥐어야 할 까닭이 없다. 첫자리를 차지해야 빛나는 길이나 글이나 일일 수 없다. 솜씨를 맞대면서 다투거나 더 높이 올라가려고 할 적에는 늘 수렁에 잠긴다. 동무를 떨구어야 하고, 이웃을 내쳐야 하지. 겨룸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나무로 서는 하루일 적에 스스로 크는 길이다.
#ちはやふる #すえつぐゆき #末次由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