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봄개구리 2024.2.10.흙.



봄에 불어 봄바람이고, 봄에 내려 봄비이고, 봄에 찾아들어 봄새이고, 봄에 깨어나 봄개구리야. 겨울에 오니 겨울눈이고, 겨울에 내리쬐어 겨울볕이고, 겨울에 피니 겨울꽃이고, 겨울에 하는 겨울일이야. 여름에 못물에서 노래하는 못개구리이고, 가을이 깊어 그만 꿈꾸러 땅을 파는 겨울개구리이지. 한창 익는 봄이면 도랑이며 못에 알을 낳는 개구리이고, 아직 얼음이 모두 안 녹았어도 기지개를 켜고서 새해를 그리려는 개구리야. 늦겨울에 일찍 깨어나는 개구리는 심심할 틈이 없어. 앞으로 푸르게 퍼질 풀숲을 그린단다. 이제 이곳을 떠날 겨울새 날갯짓소리를 귀기울이고, 하나둘 깨어나려는 풀벌레를 눈여겨보지. 곧 돋는 봄꽃마다 애벌레도 풀벌레도 모여들게 마련이고, 봄개구리도 봄새도 봄꽃 곁으로 찾아간단다. 그야말로 온누리 누구나 봄꽃을 지켜본단다. 잎망울을 헤아리고 꽃망울을 그려. 조그맣게 부풀다가 환하게 터지는 새잎과 새꽃을 반기면서 새해를 누릴 새길을 하나하나 곱씹는 봄이라고 할 만해. 겨울은 꽁꽁 얼리는 늦가을비하고 늦가을바람에 화들짝 놀라면서 얼른 굴을 파는 개구리가 알린다고 여길 수 있어. 거꾸로 봄은 그동안 꽁꽁 얼어붙은 땅을 풀어내는 늦겨울비하고 늦겨울바람에 눈을 번쩍 뜨면서 밖으로 기어서 나와 입을 크게 벌리는 개구리가 알린다고 할 수 있어. 잘 들어 보렴. 늦가을소리와 늦겨울소리가 다르단다. 낮이 길어가는 하늘은 새도 벌레도 사람도 살찌우는 숨결을 퍼뜨린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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