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2.19.

오늘말. 배달길


봄에 꽃이 빨리 피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해랑 바람이 알맞으면서 봄비가 흩뿌리는 날에 느긋이 걸어가듯 찬찬히 올라옵니다. 오늘까지 휑뎅그렁하던 땅바닥이었어도 어느새 풀싹이 오르게 마련입니다. 눈이 녹으면서 바람이 부드럽고, 바람이 살랑이면서 새가 노래하고, 새가 노래하는 곁에서 개구리가 깨어나면서 새살림을 엽니다. 사람도 새도 개구리도 나이를 한 살씩 먹습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엉금엉금 발자국을 남기면서 봄나무를 바라봅니다. 해마다 지나가는 겨울이요, 언제나 찾아오는 봄이라는 삶꽃을 헤아립니다. 살아온 길이 있고, 살아갈 길이 있어요. 삶을 담은 소리가 있고, 살림이 남기는 자취가 있어요. 우리 살림이야기는 배달길로 갈무리합니다. 스스로 쓰고, 나란히 읽고, 함께 누리면서 해적이를 여밉니다. 뿌리가 깊은 오랜 낱말 하나를 혀에 얹으면서 휘파람을 불어요. 사뿐히 디디는 발짓으로, 부드러이 뻗는 손짓으로, 즐겁게 나누는 눈짓으로 살림노래 한 자락을 펴요. 머나먼 길도 가까운 곳도 차근차근 걸음꽃으로 나아갑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서글서글 웃고 춤추면서 걸음새를 가다듬습니다.


ㅅㄴㄹ


길·걸음·자국·자취·길눈·길꽃·길자취·걸어온길·걸음걸이·걸음결·걸음새·걸음나비·걸음꽃·걸음글·날·나날·날짜·여태·오늘까지·이때껏·이제껏·돌·돐·살·칸·발자국·발자취·발자취·발짝·발짓·발결·발소리·발걸음글·발자취글·발자국·자취글·뿌리·지난날·해적이·배달길·배달자취·배달발자취·우리자취·얘기·이야기·삶·-살이·살림글·살림이야기·살림얘기·살림쓰기·살림자국·살림자취·살림길·살림꽃글·살림빛글·살림꾸러미·살림노래·살림하루·삶글·삶이야기·삶얘기·삶쓰기·삶자국·삶자취·삶적이·삶길·삶꽃글·삶빛글·사는길·삶꽃·삶맛·삶멋·삶소리·살아갈 길·살아온 길 ← 사(史)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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