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2.16.

오늘말. 덤잔치


집에서 나섭니다. 마을을 나갑니다. 다른 고을을 떠돕니다. 들길을 걸을 적에는 들나그네입니다. 별빛을 헤아리는 날은 별나그네입니다. 들녘에서는 들꽃이 동무입니다. 들일을 하는 들님한테 꾸벅 절을 하고서 한뎃잠을 자노라면 도깨비가 휘휘 날아다닙니다. 너는 도깨비불이라면, 나는 떠돌깨비입니다. 가볍게 걷습니다. 나비는 가벼이 날아요. 거리낌없이 거닐어요. 바람은 어디이든 거침없이 붑니다. 마음대로 뚝딱 생각하고, 마음껏 통통 뛰고 달리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바람에 비가 곁들면 덤잔치로구나 여기면서 바람비를 흠뻑 맞습니다. 머리도 몸도 옷도 씻는다고 여깁니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면 이제는 에누리일 테지요. 잘 씻은 몸이며 옷을 햇볕에 말립니다. 빗방울이 풀잎에 앉다가 톡톡 구릅니다. 풀벌레도 풀잎에 앉다가 톡 튀어오르더니 푸르르르 노래를 부릅니다. 가슴을 펴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고갯길을 낑낑대며 오르기보다는 활개를 치면서 춤사위로 넘습니다. 재 너머 기나긴 길을 울며불며 가기보다는 나래짓으로 사뿐사뿐 잇습니다. 어디로 갈는지 종잡을 수는 없지만, 모든 하루를 덤날로 삼아 홀가분하게 살아갑니다.


ㅅㄴㄹ


나그네·떠돌이·들나그네·별나그네·들꽃·들님·들지기·떠돌뱅이·떠돌깨비·떠돌꾸러기·홀가분하다·가볍다·거침없다·거리낌없다·마음대로·마음껏·멋대로·제멋대로·날개·날갯짓·날개펴다·날갯길·나래·나래짓·나래펴다·나래길·활개·활개치다 ← 보헤미안


나오다·튀어오르다·튀어나오다·튀다·톡·톡톡·펼치다·주름·접다·통통·똑똑·뚝딱 ← 팝업(pop-up)

더하다·더하기·더하기날·더하기마당·더하기잔치·더하기판·더잔치·덤자리·덤마당·덤판·덤잔치·덤날·에누리·에누리판·에누리밭·에누리마당·에누리잔치·으뜸에누리 ← 원 플러스 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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