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2.16.

오늘말. 쓰던것


옷가게에서 갓 사들일 적에 새옷일 수 있으나, 때랑 먼지를 살뜰히 빼내어 고이 건사하는 옷이라면, 몸에 두를 적마다 새옷이라고 느낍니다. 거듭거듭 입는 사이에 늘 새롭게 빛나는 옷 한 벌입니다. 하루 입고 버린다면 살림이 아닌 쓰레기요, “쓰레기를 쓰는 삶”인 셈입니다. 버림치를 손에 쥘 적에는 스스로 망가집니다. 두고두고 되쓰고 되살리는 살림을 손에 쥐기에 손빛이 반짝이면서 즐겁습니다. 새로 마련하는 잎그릇을 잎물을 머금는다면 덧없어요. 쓰던것을 오래오래 다시쓰기에 늘 새롭게 잎물빛을 누리는 잎물그릇이에요. 곰곰이 보면, 잎 한 자락을 내주는 나무는 해마다 새잎을 베풀어요. 오래오래 잇는 나무 한 그루가 언제나 새롭게 숨빛을 물려주는 얼거리입니다. 따끈따끈 나오는 책도 새책일 테지만, 자꾸 되읽는 책이야말로 새책입니다. 손때가 묻어 닳은 헌책은 더없이 알뜰한 새책이에요. 읽을 적마다 새롭기에 새책입니다. 머금이에 담은 잎물을 한 입 마시면서 천천히 읽습니다. 잎물을 다 마신 다음에는 손수 설거지를 합니다. 새로쓰고 새로읽고 새로고치고 새로삽니다. 새로보고 새로가고 새로합니다. 하늘빛을 담는 손빛살림인 헌것입니다.


ㅅㄴㄹ


거듭·거듭거듭·거듭하다·거듭질·거듭쓰다·고치다·고쳐쓰다·새로고치다·새로쓰다·다시살다·다시쓰다·토렴·되돌이·되살림·되살아나다·되쓰다·되풀이·물리다·물려받다·물려입다·물려주다·물려쓰다·돌리다·돌려쓰다·돌려입다·살려쓰다·살리다·살려내다·살뜰하다·알뜰하다·손길·손빛·손때·손길것·손빛것·손길살림·손빛살림·손보다·손타다·손질·쓰던것·쓰던빛·쓰던살림·헌·헌것·헌살림·허름하다·헐다 ← 재활용


그릇·모금·입·물그릇·둥그릇·둥글그릇·술그릇·잎그릇·잎물그릇·머금다·머금이·머금그릇 ← 잔(盞)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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