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2.16.

오늘말. 봄빛


여름이 한창일 무렵 개구리 노랫소리를 못 알아채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개구리를 본 적이 없으니 개구리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조금도 못 느낄 수 있습니다. 보는눈이 없기에 모르지 않습니다. 읽는눈을 잊으니 모릅니다. 겨울 한복판에 추위를 못 느끼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철마다 다른 바람을 두루 맞이하지 않는 오늘날이거든요. 철빛을 눈여겨보아야 눈빛이 밝고, 철눈을 마음에 담기에 삶꽃을 엽니다. 철빛을 잊으니 눈결이 흐리고, 철눈을 마음에 안 담아서 삶길을 잃습니다. 글만 많이 읽는들 생각머리가 안 자라지요. 생각꽃은 이 삶과 살림에서 비롯합니다. 배움터를 오래 다닌들 생각길을 못 틔워요. 넋빛은 보금자리를 일구는 손끝에서 깨어납니다. 봄이기에 봄눈을 뜨고, 바라볼 줄 아는 눈망울이기에 봄빛이 환합니다. 샅샅이 파헤치지 않아도 되어요. 살펴보는 숨결을 북돋울 일이고, 별빛을 마음밭에 얹을 일이며, 목소리에 노래를 실을 일입니다. 스스로 지은 삶넋을 이야기하는 동안 눈썰미가 자랍니다. 스스럼없이 나누는 삶멋을 두루 얘기하는 사이에 마음꽃이 피어납니다. 길을 알려면 얼을 차리고 넋을 추스를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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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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