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2.16.

오늘말. 풀살림


모든 일에는 끝이 있어요. 멧더미처럼 쌓인 일감 같아도 어느새 마감을 하고, 언제 마칠는지 까마득하던 갈무리도 슬슬 마지막이 보입니다. 고꾸라지기만 하지는 않아요. 끊어질 듯 말 듯하면서도 다시 기운을 내면, 이제 가볍게 뒤로할 만큼 성큼 해내더군요. 가벼이 숨을 돌리며 들길을 거닐어 봐요. 서울 한복판에서 들빛을 찾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서울도 큰고장도 들풀이 자라고, 나무 한 그루가 있어요. 시골에서 품는 숲이어야만 숲살림이지 않아요. 길꽃 한 송이로도 푸른맞이를 합니다. 부채를 닮은 잎이 싱그러운 나무를 폭 안으면서 풀살림을 헤아리고요. 모든 하루는 푸른짓기예요. 어느 날은 고되어 쓰러지지만, 새날에는 또 기운을 차려서 영차영차 새걸음을 내딛거든요. 오늘부터 한 가지씩 하기에 길을 엽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길눈을 틔웁니다. 밤에 잠들어 새벽에 깨어나는 나날도 으레 첫날입니다. 스스로 꿈을 잊기에 주검길이라면, 스스로 사랑을 그리기에 노래길에 숲길에 풀빛길입니다. 부릉부릉 매캐한 앞에서 가만히 눈감고 생각에 잠겨요. 먼 옛날 짙푸르던 풀꽃나무를 떠올리고, 이제 곧 싹틀 잎망울을 되새겨요.


ㅅㄴㄹ


들길·들빛·들살림·바람빛·숲빛·숲살림·숲살림길·숲살이·숲살이길·푸른길·풀빛길·푸른맞이·풀빛맞이·푸른살림·풀빛살림·푸른삶·풀빛삶·푸른짓기·풀빛짓기·풀살림 ← 노케미족(no chemistry族)


죽다·잃다·가다·돌아가다·뒤로하다·떠나다·마감·끝·마지막·고꾸라지다·쓰러지다·자빠지다·숨지다·골로 가다·궂기다·끊어지다·눈감다·뒤지다·꽈당·널브러지다·무너지다·저승길·주검길 ← 입몰, 절명(絶命)


날·나날·날짜·하루·하루하루·오늘·새날·첫날·어느 날·언날 ← 일일(一日)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