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의 꿈 - 개정판 최인훈 전집 1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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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2.15.

다듬읽기 170


《崔仁勳全集 11 유토피아의 꿈》

 최인훈

 문학과지성사

 1980.1.25.



  《유토피아의 꿈》(최인훈, 문학과지성사, 1980)은 얼추 쉰 해를 묵은 꾸러미입니다. 언뜻 보면 두고두고 읽히는 글이고, 곰곰이 보면 아직 내려놓지 못 하는 글입니다. 일본이 총칼로 짓누르던 한복판에 태어나서 일본글로 배우고 생각을 펴던 글붓이 박정희 나라를 어떻게 마주해 왔는가 하는 하루를 들여다보기에 좋을 수 있되,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어떻게 범벅이 되어 뿌리를 뻗었나 하는 보기로 엿볼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는 그냥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낱말이란 없습니다. 모든 말은 마음을 담아서 흐릅니다. 어느 낱말을 가리거나 고르느냐에 따라 우리 하루가 바뀌고, 삶과 넋과 눈빛까지 달라요. 꼿꼿하게 목소리를 내려고 고르는 낱말이 있다면, 살살 엉겨붙으면서 숨는 낱말이 있어요. 어느 무리에 붙는 낱말이 있고, 아무런 끼리질도 울타리도 없이 홀로서는 낱말이 있습니다. “유토피아의 꿈”이라는 이름이 겹말에 일본말인 줄 느끼는 분은 몇이나 있을까요?


ㅅㄴㄹ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우리는 슬프다

14


난데없는 애수를 느낄 것이다

→ 난데없이 눈물에 젖는다

→ 난데없이 마음이 아프다

15


누군가가 선생을 가리켜 학 같은 분이야, 하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 누가 어른을 가리켜 두루미 같은 분이야, 하고 말할 적에 들었는데

17


신자 아닌 사람으로 나는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 나는 믿지 않는 사람으라 멋쩍게 생각한다

→ 나는 믿지 않기에 부끄럽게 생각한다

24


지식인이 그의 판단을 위험을 무릅쓰고 표명하는 용기를 갖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끝장이다

→ 글님이 꿋꿋하게 제 뜻을 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끝장이다

→ 붓님이 당차게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장이다

45


이것이 심각한 문제다

→ 이는 큰일이다

46


우리가 시민회관에 닿은 것은

→ 우리가 너른마당에 닿은 때는

→ 우리가 두루터에 닿은 무렵은

→ 우리가 한터에 닿은 즈음은

60쪽


나의 大邱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범벅이 된다

→ 내가 살던 대구가 되살아나서 범벅이 된다

112


스포츠는 가장 분명한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겨루기는 틀을 뚜렷이 세워서 하기 때문이다

161


내 눈에는 미국의 자연이 제일 잘나 보였다

→ 내 눈에는 미국 들숲이 가장 잘나 보였다

177


言語는 그 위로 感情이 흘러가는 河床이다

→ 말은 마음이 흘러가는 냇바닥이다

187


문화는 부드럽고 따뜻한 인간의 집을 인간의 손으로 만든 자연 속에다 지어놓은 인간의 집이다

→ 살림은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살이를 숲에다 사람 손으로 지어놓은 집이다

201


사람은 동물과 달라서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것은 경험을 그저 기억할 뿐만 아니라 정리해서 기억한다

→ 사람은 짐승과 달라서 끝없이 거듭날 수 있는데, 삶을 그저 되새길 뿐만 아니라 추슬러서 담는다

→ 사람은 짐승과 달라서 가없이 배울 수 있는데, 살림을 그저 곱씹을 뿐만 아니라 차곡차곡 담는다

364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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