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산상수훈 2024.2.3.흙.



풀잎을 쓰다듬으면 풀빛으로 물들어. 물살에 손을 담그면 물빛으로 번져. 바람을 만지면 바람빛이 스며. 햇빛을 보니 햇내음이 스며들어. 스스로 짓고 일구고 가꾸던 사람은, 먹고 입고 자는 살림도 스스로 지었고, 마음을 나누는 말도 스스로 지었어. 스스로 일으키는 사랑도 스스로 짓고, 생각도 꿈도 이야기도 스스로 짓지. 스스로 지은 사람들은 “숲을 품은 멧자락을 품는 살림”이야. 멧골이 멧골이려면, 풀이 돋고 나무가 우거져야 한단다. 바위만 휑뎅그렁한 곳은 멧골이 아닌 ‘돌무덤’이라고 여겨야겠지. 돌무덤에서는 돌조차 비바람에 깎이고 햇볕에 닳고 낡아. 풀꽃나무가 자라는 곳이기에 비바람이 돌보고 햇볕이 어루만져. 모든 흙도 모래도 처음에는 돌이나 바위였을 테지만, 더 앞서는 풀이나 나무였고, 새나 벌레나 짐승이었어. 몸이 스러지면서 새롭게 뭇숨결을 살리는 밑거름이자 바탕인 흙과 모래로 거듭나. 멧숲은 바로 이 흙과 모래가 아름다우면서 넉넉한 터전이지. 스스로 지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멧숲이야말로 아늑한 보금자리에 즐거운 둥지인 줄 알았어. 그렇기에 “새로 깨어난 그사람”은 멧숲에서 말씀을 폈어. 가르침과 배움은 멧숲에서 샘물처럼 솟아서 흘렀어.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은 멧숲이라는 터전을 고이 품으면서 푸르게 빛나는 길을 익히고 나누고 폈단다. “길을 잊거나 잃었”다면 멧숲으로 갈 일이야. 서울에는 길이 없어. 서울은 “길인 척하는 굴레”가 가득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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