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세뱃돈 2024.2.4.해.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이라는 설날이면, 아이들은 웃어른을 찾아다니면서 절을 했어. 지난해를 되새기고 새해를 그리는 마음을 여러 말씀으로 듣고서 절값을 받기도 해. 절값이란, 아이들이 스스로 한 해를 새롭게 그리면서 어질게 길을 펴러 할 적에 밑자락으로 삼으라는 돈이지. 요즈음은 다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아이들이 돈을 얻거나 누릴 일이 드물거나 없어. 절값을 받고서 주전부리로 몽땅 쓰는 아이도 있지만, 그동안 주린 배를 한동안 채우는 일도 좋겠지. 어느 아이는 절값을 푼푼이 모아서 목돈을 이룰 테고, 집살림에 보탠다든지, 동무나 이웃을 바라지하는 자리에 쓰기도 해. 절값을 내어주는 어른들은 한 해 동안 아이들을 눈여겨보았어. 새해 새절을 받으며 다시 한 해 동안 가만히 지켜본단다. 아이마다 무엇을 잘하거나 못하는가를 지켜보거나 가리지 않아. 아이마다 어떻게 다른가 지켜보면서, 이 아이들이 마음을 쓰는 길을 말없이 바라본단다. 누가 짚거나 따지기에 곧장 알아차리면서 받아들이거나 바꾸는 아이가 있어. 누가 짚으면 불뚝거리거나 싫어하는 아이가 있어. 스스로 하루를 그리면서 배우는 아이는, 어떤 말도 귀여겨들으면서 스스로 살찌워. 어떤 말도 귓등으로 넘기는 아이는, 하루그림이 없으면서 눈치를 참 많이 본단다. ‘절’이란, 온몸을 접으면서 올리는 마음이야. 온마음이 아닌, 겉으로 돈만 바라는 굽신질은, 아이 스스로 제 길을 갉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