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2.14.
숨은책 569
《제4차 향토기행, 개항장 일대》
편집부 엮음
인천향토교육연구회
1992.6.21.
어려서 나고자란 마을이 어떤 이름이고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둘레에 물어봐도 모르기 일쑤요, 다들 “그딴 데엔 마음조차 없”습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데 쓸데없는 일만 묻는다며 타박에 꾸중에 핀잔으로 꿀밤을 실컷 먹었습니다. 허울뿐인 ‘자율학습·보충수업’이란 이름으로 07∼23시를 배움터 잿칸에 갇힌 푸른날입니다. 이렇게 가둔들 셈겨룸을 잘 치를 수 없는데, 가두는 꼰대부터 스스로 바보로 뒹구는 셈인데, 낡은 굴레를 바꾸려는 몸짓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이레에 이틀씩 어떻게든 저녁에 담을 넘거나 ‘학원에 간다고 나서는 물결’에 숨어서 달아났고, 인천 배다리 책골목에 깃들었어요. 책집이 닫을 때까지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는데, ‘1992.11.1.해날’에 〈아벨서점〉에서 《제4차 향토기행, 개항장 일대》를 만납니다. “아니, 같은 인천인데 어느 곳은 이런 향토기행도 다닌다고! 너무하잖아!” 꾸러미가 닳도록 자주 읽고 새겼습니다. 솔고개(송현동)·모래말(사동)·논골(답동)·솔울·꽃굴(신흥동)·터진개(신포동)·버들골(유동)·큰우물거리(용동)·밤나무골(율목동)·바닷가(해안동)·새마을(신생동)·싸리재(경동)·안굴(내동)·쇠뿔고개(창영동)·무네미·벌말 같은 이름이 곳곳에 있은 줄 처음으로 느끼면서 벅찼어요. 태어난 마을을 몰라도 서울만 가면 되지 않을 테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