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3.
《까만 아기 양》
엘리자베스 쇼 글·그림/유동환 옮김, 푸른나무, 2006.7.19.
어제부터 큰아이는 한자를 새로 익히기로 한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익히는 길을 지나가는 푸름이라면, 영어를 비롯한 여러 이웃말에 한자를 차근차근 익힐 만하다.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글에 한자말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이웃이 남긴 자취를 읽고 새겨서, 앞으로 우리 나름대로 제대로 쉽고 참답게 사랑스러이 살림빛을 일구어 남기는 틀로 삼도록 이웃글을 익힌다. 《까만 아기 양》을 읽었다. 잘 여민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여러모로 아쉽기도 하다. 2006년 무렵이라면 이럭저럭 잘 나왔다고도 여길 테지만, 2024년에 와서 짚어 보자니 퍽 묵었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 달라” 하는 목소리는 안 나쁘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라는 목소리를 알리려는 데에 빠진다면, 자꾸자꾸 서로 다투거나 싸우는 얼거리를 바탕에 그려 놓고 말더라. “우리는 달라” 같은 말은 처음부터 ‘가르기’를 마음에 심는 얼개라고 느낀다. “우리는 숲”이나 “우리는 사랑”이나 “우리는 바람”이나 “우리는 하늘”이나 “우리는 바다”나 “우리는 들꽃”처럼 꿈 하나를 밝힐 적에라야 비로소 새길을 연다고 느낀다. 가르려 하지 말고 꿈을 사랑으로 속삭이면 된다. 이쪽이 좋거나 저쪽이 나쁘다고 가른들 바뀔 일이란 없다. 갈라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모든 글과 책이란, 사람들이 싸움수렁에 갇힌 채 사랑을 등지도록 내몰더라. 사랑이어야 꽃가루받이를 하고, 사랑일 때라야만 아이가 태어난다.
ㅅㄴㄹ
#TheLittleBlackSheep #ElizabethShaw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