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교실 사계절 동시집 8
백창우 외 52인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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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2.3.

노래책시렁 398


《날아라, 교실》

 백창우 외 52사람 글

 김유대 그림

 사계절

 2015.12.22.



  시골에서 살아가며 둘레를 보면, 갈수록 새노래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이따금 마실을 가면, 새바라기를 하는 이웃이 조금 늘어난 듯 보여도, 막상 새터를 사람들이 모조리 빼앗거나 짓밟는 줄 못 느끼는 분이 대단히 많습니다. 시골아이도 서울아이도 둘레를 헤아리는 눈망울이 차츰 사라지고, 시골어른도 서울어른도 ‘어른’이란 이름이 안 어울리는 꼰대가 부쩍 늡니다. 《날아라, 교실》은 쉰두 사람이 쓴 글을 싣는데, 쉰두 사람 어느 누구도 시골아이 마음이나 삶에 다가서려는 줄거리를 엮지 않았습니다. 모두 서울아이 쳇바퀴와 수렁에 맞추어 줄거리를 엮는군요. 그야말로 이제는 서울도 시골도 온통 쳇바퀴에 수렁이니까, 이 쳇바퀴에 수렁을 다루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스스로 꿈을 그리도록 곁에서 이야기를 지필 줄 알아야 어른이라는 이름이 어울립니다. 어진 마음하고 먼 채 말장난으로 그친다면, 글이 아닌 그저 노리개일 테지요. 어린이는 배움터를 꼭 다녀야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모든 곳을 놀이터에 배움터에 만남터에 쉼터에 마실터로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대목을 놓친 채 글만 만지작거린다면 아이들도 글장난에 허울스런 말치레에 갇힐 뿐입니다.


ㅅㄴㄹ


풀꽃을 좋아하는 아빠가 / 양재천 둑에서 제비꽃을 캐다가 /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제비꽃 납치 사건-신형건/12쪽)


저 자동차들은 어쩌면 / 백 년 묵은 여우인지도 몰라요. / 꼬리를 감추고 사람들을 꼬드기는, / 백 년 묵은 여우, / 천 년 묵은 여우 (꼬리 달린 자동차-김철순/18쪽)


책 속에 사는 / 책벌레들아, 큰일 났어! / 아기돼지 삼형제랑 / 손오공이랑 / 백설공주가 / 만나서 뭘 했는지 알아야 해! / 난 책 안 읽었으니까 / 너희가 도와줘! (SOS!-이옥용/50쪽)


도둑님 도둑님 좀도둑님 / 우리 집 좀, 좀 훔쳐 가세요. / 우리 엄마의 좀 / 우리 아빠의 좀 / 까칠쟁이 누나의 좀 / 하나도 남김없이 / 모조리 좀 훔쳐 가세요. (좀도둑님께-박방희/69쪽)


성적을올리자 / 실적을높이자 / 목적을달성하자 // 왜 항상 내 주위에는 / 적이 많을까? // 아, 적적하다. (적-박정섭/79쪽)


아빠의 자동차는 크고 낡아서 / 소리가 요란합니다 (꿈나라 가는 길-윤제림/90쪽)


+


《날아라, 교실》(백창우 외 52사람, 사계절, 2015)


휴일이라 집에 놀러 온

→ 쉬느라 집에 놀러 온

12쪽


이웃 아파트 담장으로

→ 이웃 잿집 담으로

22쪽


먹이를 물고 재잘재잘대는데

→ 먹이를 물고 재잘대는데

24쪽


아무나 다 되는 건 아니래

→ 아무나 다 되진 않는대

36쪽


왜 항상 내 주위에는

→ 왜 늘 내 곁에는

79쪽


아, 적적하다

→ 아, 심심하다

→ 아, 따분하다

79쪽


별의별 모자 가운데

→ 온갖 쓰개 가운데

→ 갖가지 갓 가운데

9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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