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할아버지로서 2022.11.5.흙.
어진 사람하고 어질지 않은 사람은 달라. 어진 사람은 몸을 태우는 짓을 안 해. 제 몸도 남 몸도 안 태우지. 어질지 않은 사람은 제 몸을 태우기 일쑤이고, 이 바람에 남 몸까지 불씨를 옮겨 태우고 말지. 너희 몸은 옷이되, 마음이 이 삶을 겪고 치르고 맛보고 누려서 배우려고 하는 길이란다. 그래서 몸을 섣불리 태우면 어느새 죽음길에 이른단다. 애태우든 속태우든 마음태우든, 모두 몸을 갉아먹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야. 너희 마음은 너희 넋이 생각을 심는 하늘이자 숲이고 바다야. 너희 넋은 ‘불’이 아니고 ‘빛’이지. 너희는 바람을 마시면서 숨빛으로 숨결을 얻어서 목숨을 이어가. 하나하나 보자면, ‘불’이나 ‘태움(타오름)’은 너희가 달래어 녹일 틀이나 수렁이지. 짜증·미움·시샘·걱정·두려움이 바로 ‘불’이야. 이런 불을 불씨로 두면 몸을 갉아먹다가 마음이 말라버린단다. 몸에 자꾸 힘을 들이면 차츰 낡고 닳아. 힘으로 하려고 나서기에 힘들지. 힘이 아닌 기운을 내어 차근차근 하면 천천히 몸이 살아나고 마음이 밝단다. 녹여낼 수 있는 빛살을 비추렴. 몸을 불길·불꽃·불씨로 태우려고 하지 마. 늙음으로 가는 ‘불’이거든. 화르르 타고서 재로 바뀌지? 몸을 달구어 태우면 늙게 마련이야. 몸을 고루 아늑히 비추는 별빛으로 다독이면 네 몸이며 마음에도 바람이 스며들고, 꽃내음이 번지고 풀빛으로 물들어서 스스로 싱그럽단다. 어진 눈빛으로 이야기를 펼 줄 알기에 할아버지야. ‘참’할아버지는 ‘나이먹은’ 몸이 아닌 ‘마음이 깊고 너른’ 어른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