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31.

오늘말. 키


모든 연장은 살림을 꾸리는 길에 하나씩 마련합니다. 손수 짜거나 짓고, 이웃한테서 사들여서 건사합니다. 하나씩 갈무리하면서 늘리고, 스스로 생각을 밝혀서 자아내지요. 낟알을 까부르는 키는 아이가 들기에는 크고 묵직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머리에 쓰고서 놀기에 즐거워요. 곰곰이 보면 어른들이 보듬는 살림은 으레 아이들한테 놀잇감입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만지고 소꿉을 해보면서 어느새 손에 익어요. 다루는 길을 헤아리면서 생각이 자랍니다. 매만지는 숨결을 담으면서 북돋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집도 매한가지입니다. 얼핏 보면 허름하거나 낡은 집일는지 모르나, 구석구석 손길이 닿으면서 빛나는 보금자리예요. 오래오래 살아가면서 빈곳을 가다듬고 새롭게 이어갑니다. 이제는 손수 가꾸거나 짓는 살림은 사라지는 듯하고, 돈으로 사서 쓰고 버리는 길이 늘어납니다만, 하나씩 추스르고 조금씩 돌아보면서 마을이 피어나고 푸른별이 아름답습니다. 닫아걸고서 혼자 쓰는 살림이 아닙니다. 활짝 열어서 빌리고 빌려쓰기도 하면서 나누는 길입니다. 무너지는 숲이 아닌, 가만가만 다독이면서 새빛으로 이끄는 들숲바다입니다.


ㅅㄴㄹ


가꾸다·갈무리·갈망·꾸리다·굴리다·거느리다·건사하다·다루다·만지다·매만지다·돌보다·돌아보다·보듬다·보살피다·살림·살림하다·마련·마련하다·하다·해놓다·해두다·해주다·해보다·부리다·쓰다·움직이다·써먹다·풀어먹다·추스르다·키·키질·이끌다·잣다·자아내다·짓다·지어내다 ← 운영, 운용


빈집·빈가게·빈터·빈판·빈꽃·비다·헌집·허름집·낡은집·낡집·텅빈곳·끝·끝장·끝나다·끊기다·끊어지다·마감·무너지다·허물어지다·허허벌판·우르르·와르르·깨지다·망가지다·사라지다·없어지다·자빠지다 ← 폐가(廢家)


닫다·닫아걸다·닫히다·닫힌칸·닫힘칸·빌리다·빌려주다·빌려쓰다·빌림칸 ← 폐가식(閉架式)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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