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30.

숨은책 908


《소년탐정 김전일 1》

 카나리 요자부로 글

 사토 후미야 그림

 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5.11.29.



  나라를 차갑게 가둔 굴레를 걷어내려는 들물결이 한켠에 있었다면, 다른켠에는 아이들을 가두고 때리고 짓누르는 불수렁이 있던 지난날입니다. 《어깨동무》나 《새소년》에 이어 《소년중앙》이나 《보물섬》이나 《만화왕국》이 나오고, 《르네상스》와 《하이센스》가 나올 무렵만 해도, 일본 그림꽃은 아예 발을 못 디뎠습니다. 다만, 적잖은 우리 그림꽃은 일본 그림꽃을 베끼거나 훔쳤더군요. 이러다가 《아이큐 점프》가 나오면서 일본 그림꽃을 ‘그린이 이름’을 또렷이 밝히면서 거의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나라도 삶도 살림도 말도 다르니 붓끝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쉽게 받아들인 일본 붓결도 있지만, 마흔 해가 지나도록 도무지 못 받아들이는 일본 붓결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소년탐정 김전일》은 안 쳐다본 그림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첫자락부터 자주 나오는 “그, 글쎄! 난 탐정이 될 생각은 별로. 오리에, 너! 가슴이 참 크구나(27쪽)!” 같은 말이나 그림이나 얼거리는 예나 이제나 거북합니다. 일본은 요즘도 이런 응큼질을 아직 버젓이 담는 듯싶지만, 삶도 살림도 아닌 그저 꼰대질에 멍청짓일 뿐이라고 느껴요. 함께 실마리를 찾고, 나란히 삶빛을 바라보는 얼거리가 아닌 책이 너무 많이 쏟아집니다. 불수렁은 사라졌지만.


ㅅㄴㄹ


《소년탐정 김전일 1》(카나리 요자부로·사토 후미야/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5)


그 김전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 김전일 그놈을 좋아하진 않겠지

→ 김전일 녀석을 좋아하진 않겠지

7쪽


소도구 망가뜨리지 않도록 조심해

→ 살림 망가뜨리지 않도록 살펴

→ 연장 망가뜨리지 않도록 헤아려

4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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